[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강경론자로 통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외무장관이 신임 총리에 당선되면서 영국 경제와 파운드화를 둘러싼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10월31일 무조건 EU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당선 후 그의 첫 발언이 전해지면서 파운드화가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파운드/달러 환율이 패러티(1 대 1)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당선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탈퇴 시한을 100일 앞에 두고 무질서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외환시장 트레이더는 물론이고 수출입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23일(현지시각) 존슨 신임 총리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파운드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해 0.3% 가량 내렸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해 3일 연속 하락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1.2436달러에서 거래, 2년래 최저치인 1.2382달러와 거리를 좁혔다. 뿐만 아니라 파운드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0.2% 떨어졌다.
미즈호의 콜린 애셔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존슨 총리의 당선은 ‘서프라이즈’가 아니지만 환시는 이제부터 전쟁통”이라며 “트레이더들은 그가 노 딜 브렉시트를 얼마나 충분히 준비했는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은행(IB)은 외환 파생상품을 이용한 수출입 업계의 헤지가 파운드화의 급등락을 일으킬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 5월 초 이후 파운드화가 6% 가량 급락하면서 영국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떠안은 상황.
존슨 신임 총리의 취임을 곧 노 딜 브렉시트의 현실화로 받아들이는 업체들이 공격적인 헤지에 나서면서 외환시장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베스텍의 조나단 프라이어 기업 외환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복잡한 구조의 헤지 상품이 커다란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어슈어 헤지의 베리 맥카시 최고경영자는 “수출입 업계가 거래하는 외환 헤지 상품은 말 그대로 도박”이라며 후폭풍을 경고했다.
이 밖에 파운드/달러 환율이 패러티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1.24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파운드화가 달러화에 대해 20% 가까이 급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은행 UBS의 존 레이스 영국 금리 전략 부문 책임자는 "달러화와 패리티를 이루는 파운드화 가치의 20% 급락 시나리오는 분명히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존슨 총리의 발언대로 영국이 EU 측과 딜이 이뤄지든 그렇지 않든 탈퇴를 강행, 노 딜 브렉시트가 전개될 경우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한편 파운드화가 수직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도 나왔다.
골드만 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15%에서 20%로 높여 잡은 한편 10월말까지 시장 혼란이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 평가사 무디스 역시 보고서에서 “존슨 총리의 승리로 영국과 EU의 협상 여지가 낮아졌다”며 “노 딜 브렉시트가 가시화될 경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환 브로커리지 FXTM의 루크먼 오튀누가 애널리스트는 CNN과 인터뷰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이 1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브렉시트 시한인 10월31일까지 고통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화가 실제로 가파르게 떨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급등을 포함한 실물경기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