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추적 등 대북공작과 관련 없는 사업을 수행하면서 국가정보원 자금을 무단 사용한 전직 국정원 국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26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61)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이 같이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종흡(71) 전 국정원 3차장에게는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원세훈(68) 전 국정원장과 공모해 이른바 ‘데이비슨 사업’으로 불리는 DJ 해외비자금 추적사업과 ‘연어 사업’으로 불리는 바다이야기 관련자 추적사업 등을 위법하게 수행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당시 각 사업이 국정원의 업무 범위 내에 있었다고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나 사업의 합목적성 여부를 막론하고 이 같은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큼에도 공작사업에 대한 정당성만 주장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취득해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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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경부터 원 전 원장의 지시로 고(故)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를 하면서 국고 반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국정원 내 ‘가장사업체 수익금’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가장사업체란 국정원이 대외적으로 용도를 숨겨야 하는 대북공작사업 등을 수행할 때 세우는 일종의 가짜 회사다. 관련 법령과 국정원 내부 지침 등에 따라 가장사업체 내에서 발생한 수익금과 직원에게 지급되는 이중급여 등은 반드시 국고 반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최 전 차장은 부하 직원들이 가장체 수익금을 이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하고 국정원 내 관련 지침을 바꾸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국장의 경우 원 전 원장이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안가 마련 명목으로 JW메리어트 호텔 스위트룸을 빌리는 과정에서 대북공작금 28억원을 지출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도 있다.
이들이 사용한 대북공작금 중 1억2000만원은 당시 풍문으로 떠돌던 DJ의 해외비자금 추적을 위해 이현동(63) 전 국세청장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건네지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청장의 1심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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