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서울시가 쪽방촌이나 고시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강화에 나섰다. 갈수록 폭염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현실과 취약계층의 열악한 환경을 감안, 재난 대응 수준의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지원정책보다는 주거환경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올해 처음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2억5000만원 규모의 폭염예산을 편성하고 7~8월 기간동안 집중 가동중이라고 31일 밝혔다.
남대문쪽방상담소 관계자가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07.05. sun90@newspim.com |
이 예산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와 ‘서울특별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 제57조에 따른 것으로, 특히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분류해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기준 폭염일수(낮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날)는 2014년 1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4.3일까지 증가했다.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인 날) 역시 2014년 0.9일에서 지난해 9.9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른 온열질환자는 2015년 1056명에서 2018년 4525명으로 증가했는데 전문가들은 쪽방촌이나 고시원 등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취약계층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가 폭염을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보는 이유다.
서울시가 마련한 폭염예산은, 세부적으로 일용직 근로자 등 폭염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어 생계유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구원 수에 따라 30만~100만원 규모의 현금 또는 현물을 지원한다. 현물의 경우 선풍기나 냉풍기, 쿨매트, 냉장고 등 냉방기구와 물, 모자, 양산, 선크림 등 비상용품을 제공한다.
또한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릴 경우 최대 1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하고 전기나 수도 요금도 역시 최대 100만원까지 제공한다. 복지 개념이 아닌 생존 지원 차원의 정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23일 열린 인권위원회 1차 포럼에서 혹서기를 살아가는 취약계층의 현실을 다루는 등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또한 예산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현실을 감안, 에스원 등 대기업과 함께 취약계층에 냉방용품을 지원하는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 사업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내부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취약계층을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거환경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시 복지정책실 관계자는 “쪽방촌 거주자 등 취약계층이 가장 필요한 건 에어컨인데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지원하기도 어렵고 전기료가 부담스러워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 쪽방촌 구조상 에어컨을 틀어도 큰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환경이 열악하면 그 어떤 폭염대책도 미봉책일 수 있다. 필요한 건 폭염을 피할 수 있는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인데, 이 부분은 지자체 지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다양한 사람들의 논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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