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지난해 서울 강남 투명치과의 수백억원대 치아 교정치료 '진료비 먹튀' 사건 이후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진료비를 환불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불 대신 '계속 진료'를 주장하던 투명치과 강 모 원장은 최근 일방적으로 병원이름과 장소를 바꿔 피해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1일 한국소비자원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투명치과 피해자 3794명은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진료비 환불을 안해주는데다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원은 투명치과에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해 환자들이 선납합 진료비 전액을 환급하도록 했다. 피해자들의 피해액만 124억원 가량에 달했다.
하지만 투명치과 강 원장은 이같은 권고사안을 거부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피신청인 즉 치과의사 강 씨가 소비자원의 결정 권고사안을 거부했다"며 "이행여부를 강제할 수는 없어 수백명의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치료비를 돌려받지 못한 수백명의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교정치료다 보니 개인별 피해액이 최소 300만~500만원이 넘는다. 피해자들은 인터넷 한 커뮤니티에 단체방을 만들고 강 씨를 상대로 추가적인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투명치과 홈페이지도 버젓이 운영하며 마치 진료를 하는 것처럼 보일수 있다"며 "치과 측에선 이메일로 환불 요청서와 진료신청서 보내면 환불해주겠다고 했으나 메일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진=투명치과 홈페이지] |
지난해 강 원장은 피해자들의 고소로 경찰조사를 4차례나 받았다. 강 씨는 사기 혐의 등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검찰은 의료법 위반 여부가 애매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해당 경찰서는 2주 전 투명치과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검찰에 다시 송치한 상태다.
경찰 한 관계자는 "교정치료 부분 가운데 검증되기 어려운 면이 있는게 사실"이라며며 "일부 환자 사례는 기소, 일부는 불기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경찰조사 당시 "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지만 진료마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일부 환자에게만 병원 이전 정보를 문자로 공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지 받지 못한 환자들의 원성은 커지고 있다. 교정치료는 최소 2-3년의 장기 치료가 대부분이다. 치과측의 문자 고지도 못받아본 기존 투명치과 일부 환자들은 굳게 닫힌 문을 보며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피해자 B씨는 "진료를 중단하면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환불해줘야 하는데 치과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진료하는 시늉만 하다가 치과 이전 및 병원명 변경을 일부 환자에게만 알려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투명치과가 공지한 문자글= 피해자 제공] |
기자가 이같은 사실 확인을 위해 투명치과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현재 강 원장이 운영중인 압구정 M치과에는 연락처도 공지돼 있지 않다. 지난해 사건이 터진 이후 강 원장은 직접 치료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닥터 1명이 기존 환자에 대한 치료를 도맡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원장은 지난 2001년부터 양악전문병원인 화이트치과를 운영해 왔다. 투명치과의 전신이다. 화이트치과도 당시 내부 사정으로 한달 가량 문을 열지 않았다. 치료기간이 남은 환자 수백명이 있었지만, 치과가 폐업하면서 이들 역시 진료비를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치과에 문제가 생겨 지불한 투명교정 치료비 400만원만 날리고 지금은 다른 치과에서 더 많은 돈을 들여 다시 교정을 받고 있다"며 "치료비용 환불도 중요하지만 해당 치과에서 치료를 잘못받아 치아가 망가진 피해자들이 수백명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사전 정보가 없는 환자들이 교정치료를 위해 무턱대고 해당치과를 찾은 뒤 결국엔 기존 환자들처럼 똑같은 피해를 겪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해당 치과 의사가 환불은 안해주고 계속 병원 이름만 바꿔가며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면허 박탈과 재개원 금지법 제정', '치과 및 성형외과 등 과도한 이벤트 할인 등 무분별한 마케팅 제재' 등 환자 유인 행위에 관련된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법 위반이 아닌 이상 의사 면허증이 중단되지 않는다"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비윤리적인 의사라면 협회차원라든지, 관할 기관 또는 지역 등에서 제재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