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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MIA 파기 카드 꺼낸 강경화…한일 ‘강대강’ 장기전 양상

기사등록 : 2019-08-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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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일외교장관회담 이후 “한일 안보협력 틀 영향 있을 수도”
전문가들 “폐기시 한미일 안보협력 훼손 우려…국익에 악영향”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일본의 조치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로 맞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어 한일 양국이 ‘강 대 강’ 조치를 교환하며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방콕 센타라 그랜드컨변센센터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방콕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우)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Kyodo/via REUTERS 2019.08.01.

◆일본은 지소미아 유지 입장

강 장관은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의 이유로 취해진 것이었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지소미아 연장을 재검토한다는 뜻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일 안보협력 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측에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1급 비밀은 제외한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양국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매년 연장되며 기한 만료 90일 전에 어느 한 쪽이 협정 종료 의사를 밝히면 연장되지 않는다. 올해 통보시한은 8월 24일이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소미아에 대해 “현재로서는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여러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한일 외교장관회담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파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일본은 지소미아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측 당국자는 이날 한일 외교장관회담 종료 후 “북한 문제라도 긴밀히 제휴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 이번 회담의 결과”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할 일은 확실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소미아 유지 입장을 피력했다.

◆여당에서도 커지는 지소미아 폐기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할 경우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여당인 민주당 내에선 지소미아 폐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인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이 제외를 강행할 경우 일본이 원하는 검증적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 지소미아 자동 재연장에 부동의해 재연장을 유보하는 게 불가피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권칠승 의원도 “우리를 경제적으로 공격하는 국가에 군사정보를 내줄 수 없다”며 “일본이 배제를 강행하면 한국을 안보 동맹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연장을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 지소미아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민주당의 당론이 지소미아 폐기로 정해지진 않았다. 보수야당은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미일 안보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에게 지소미아는 필요한 사안이며 주요 동맹국인 한일 양국이 분쟁하는 것을 미국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이 오는 2일 각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하더라도 같은 날 열릴 예정인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은 안보상 이유를 들어 지소미아 폐기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안보와 경제 분리하는 게 바람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보복 맞대응 차원의 감정적 지소미아 폐기는 한일관계 악화는 물론 우리 안보와 국가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소미아가 정보 공유 측면에서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며 파기할 경우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꺠트린 주범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리가 그동안은 북한이라는 위협의 실체에 맞서 안보와 경제는 분리하는 입장이었는데 지소미아를 폐기하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강 대 강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가 이번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일본을 설득할 카드를 갖고 가지 않아 한일 대치가 커지는 것”이라며 “미국의 입장 때문에 지소미아 폐기를 쉽게 하진 못하겠지만 한일 관계는 상당 기간 어렵게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heog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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