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사랑스럽다. 얼굴에는 잔뜩 먹칠을 하고 러닝타임 내내 땀과 눈물범벅이 돼 뛰어다니건만 사랑스럽다. 나도 살고 싶다고 울먹일 때도 멋지게 살아남아 데이트 신청을 받아낼 때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배우 임윤아(29)가 첫 스크린 주연작 ‘엑시트’를 들고 여름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청년 백수 용남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 탈출 액션물이다.
“처음 영화를 보고는 현장 생각이 가장 많이 났어요. ‘저 장면 이렇게 촬영했었는데’ 싶었죠. 그리고는 그냥 잘 어우러졌으면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렇게 나온 듯해서 다행이었고요. 사실 아직 제가 나오는 걸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모르겠어요(웃음). 물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지만, 개인적으로는 제 연기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많아요.”
임윤아가 연기한 의주는 대학 시절 산악부 활동을 하며 길러온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연회장 행사를 불철주야 도맡는 직장인이다. 행사장을 지키던 중 유독가스가 퍼지자 매뉴얼대로 손님들을 진정시키며 탈출을 유도하는 강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이걸 체력적으로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가장 먼저 했어요. 제일 큰 고민이었죠(웃음). 근데 그거 때문에 안하기엔 캐릭터가 너무 매력 있었어요. 그래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바로 운동을 시작했죠. 그래도 힘들긴 했어요. 나중에는 체력에 한계가 와서 컷하는 순간 주저앉기도 했죠. 내 체력이 너무 약한 거 같아서 답답함과 속상함, 그리고 죄송함에 눈물도 났어요.”
임윤아의 말처럼 의주에게는 과정이 험난할지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의주는 그간 재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 그간 임윤아가 보여줬던 ‘캔디’ 캐릭터와도 거리가 멀다.
“제가 해온 캐릭터들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책임감이 강해요. 정의롭고 판단력도 빨라서 대처도 현명하죠. 그런 지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밝고 코믹한 부분도 좋았고요. ‘공조’ 때부터 조금이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거든요. 큰 변화는 아니지만, 다행히 보시는 분들도 좋아해 주시는 듯해서 힘이 나죠. 근데 사실 실제 제 모습은 지금에 더 가까워요. 전 ‘윤아한테 이런 면이 있었어?’란 반응이 더 놀랍거든요(웃음).”
유난히 싱크로율이 높아서일까. 영화가 베일을 벗은 후 임윤아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이어진다. 실제 임윤아는 선배 조정석에게 밀리지 않는 탄탄한 연기로 극을 힘차게 이끌고 간다. 데뷔 초 연기력 논란을 겪은 ‘연기돌’ 중 한 명이기에 더욱 값진 성과다.
“스스로 달라진 게 있다면 현장이 편해진 거죠. 그렇다고 연기가 쉽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웃음). 아무래도 현장이 편해지니 감독님, 상대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바로바로 해결해 나가죠. 그런 부분이 좋은 결과물을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해요. 또 어떤 결과물에 연연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도 변화죠. 작업할 때 결과를 예측하려고 하지 않아요. 행여 잘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걸 얻는 기회였다면 그걸로 충분하죠.”
임윤아는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이 됐다. 심적인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좋다. 확실히 예전보다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며 활짝 웃었다. 그 미소에서 앞으로 펼쳐질 30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20대 때는 화려하게 소녀시대 활동을 하면서 멤버들과 재밌는 추억을 많이 쌓았어요. 팬들과도 돈독해질 수 있는 시간을 보냈고요. 그 시기를 잘 지내왔기 때문에 30대가 더 궁금하고 기대되는 듯해요. 20대와 또 다른 뭔가가 있지 않을까 설레죠. 작품을 통해서도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드라마, 영화 모두 열어두고 보고 있어요. 가수 활동 역시 열려 있고요(웃음).”
jjy333jjy@newspim.com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