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1919년 3.1운동 이후 봉오동 일대에서 독립군의 무장항쟁이 활발해진다. 일본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필두로 독립군 토벌 작전을 시작하고, 독립군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봉오동 지형을 활용하기로 한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비범한 칼솜씨의 황해철(유해진)과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 날쌘 저격수 마병구(조우진)는 빗발치는 총탄과 포위망을 뚫고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한다. 계곡과 능선을 넘나들며 귀신같은 움직임과 예측할 수 없는 지략을 펼치는 독립군의 활약에 일본군은 당황한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사진=쇼박스] |
영화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메가폰을 잡은 원신연 감독은 “독립군 연합부대가 최초로 승리한 전투다. 지금까지 그 시대를 이야기한 영화들이 피, 아픔의 역사를 이야기한 것과 달리 저항, 승리의 역사를 말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값진 건 단순히 승리의 역사를 스크린에 옮겼기 때문이 아니다. 봉오동 전투를 한 명의 영웅이 일궈낸 위대한 업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데 진짜 의미가 있다.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오늘 독립군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야”란 유해진의 대사처럼, 원 감독은 이름조차 없이 숫자로만 기억된 무명의 영웅들 모두에게 집중했다.
전달 방식은 직설적이다. 역사가 그러했듯 영화 속 일제의 만행은 악랄하다. 임산부를 짓밟고 소녀를 겁탈하고 절단한 시체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봉오동 전투’는 이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잔혹하다.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이야기를 지나치게 이분법적 사고로 펼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전시 상황에 일본군을 거두고 보살피고 급기야 자유까지 주는 독립군들의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원 감독의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과하다.
독립군들 뒤로 펼쳐지는 푸르른 배경들은 ‘봉오동 전투’만의 매력이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여러 계절에 걸쳐 강원도 영월군, 제주도 등 전국 각지를 뛰어다녔다. 그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화면으로 들어와 풍성한 볼거리를 만들었다. 다만 비슷한 구조의 전투신이 제법 많아 때때로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 [사진=쇼박스] |
배우들은 연기는 나무랄 데 없다. 독립군 황해철 역의 유해진, 이장하 역의 류준열, 마병구 역의 조우진 등 모두가 안정적인 열연으로 제 역할을 해냈다. 이 영화의 의도처럼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밸런스를 맞춰간다. 유난히 인상적인 배우는 일본군 대장을 연기한 박지환이다. 여러 의미에서 강렬하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2014)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하고 빅스톤픽쳐스가 제작했다. 오는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