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박재범 기자 = 지난 6일 오후 광주 염주실내수영장. 50m의 긴 레인을 쉼 없이 오가던 그는 10여 차례를 왕복한 뒤에서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휴식을 가졌다.
자폐장애 1급인 이동현(29·광주시 동구 학동) 씨가 주인공이다. 이씨는 2019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출전이라는 멋진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경영 25~29그룹 자유형 100m(13일)와 접영 50m(14일), 접영 100m(15일) 등 3개 종목에 출전한다. 전 세계 참가자 4032명에 포함된 3명의 장애인 가운데 1명이며, 1034명의 국내 참가선수 가운데서는 유일한 장애인이다.
훈련 중 어머니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동현 씨 [사진=조직위] |
동현씨는 요즘 오전·오후 2시간씩 하루 4시간의 맹훈련을 하고 있다.
수영을 오래 해온 국내외 비장애인들과 실력을 겨룬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시선도 있지만 동현씨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과 기록과 순위를 다투겠다는 것이 아니다. 함께 시합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동현씨는 ‘예’, ‘아니오’ 등 아주 간단한 대화만 가능하다. 그런 그를 재활시키고 살피는 것은 온전히 어머니 정순희(58) 씨의 몫이다. 자신의 삶보다 아들의 인생을 함께 살아온 정씨는 이번에도 아들에게 멋진 경험과 추억을 선물하겠다는 뜻으로 덜컥 대회참가를 신청했다.
동현씨가 수영을 처음 시작한 것은 중2였던 15살 때. 자폐장애에 수영이 좋다는 주변의 말에 망설임 없이 아이를 수영장으로 이끌었다. 다행히 동현씨도 수영을 좋아해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전문 수영지도자인 문병남씨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했다.
훈련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비장애인은 한 번에 할 수 있는 간단한 동작을 동현씨는 수백번, 수천번의 반복적 훈련을 통해서야 겨우 익힐 수 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해서 한때는 장애인 전국체육대회에서 광주 대표로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기록이나 순위보다 수영을 통해 동현씨의 언어 구사와 행동 능력이 많이 개선된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
정씨는 “광주에서 세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현이에게 비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멋진 역영의 경험과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어 참가를 신청했다”면서 “세계대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모습이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과 그 부모들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는 “장애인들이 재활 목적으로 수영을 많이 선호하지만 실제 연습할 풀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면서 “장애인 수영 인프라가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jb545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