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지난해 부도난 1650억원 규모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투자적격등급(A2)를 제공한 나이스신용평가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조치를 받았다.
검찰은 뒷돈을 받은 정황이 있는 한화투자증권 직원을 구속수사하는 한편 적법한 매커니즘으로 신용등급을 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말 나신평 관계자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나이스신용평가를 대상으로 △구조화금융상품 신용평가 관련 자료 관리 강화 △역외기업 신용평가시 신용평가서 기재 보완 △신용평가방법 적용에 대한 공시 강화 △신용평가방법 기재 오류 방지 등 6건의 경영유의 조치와 △신용등급 평가위 운영 미흡 △내부 등급 신용평가 관련 내규 미흡 등 3건의 개선조치를 내렸다.
특히 지난해 CERCG ABCP 사태와 관련, 해외기업 신용평가시 향후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환규제 등 요소에 대해 평가서에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국가위험과 같은 해외기업 특성 등 향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신용평가서에 명확하게 기재하고 있지 않다"며 평가서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내부 등급 신용평가시에도 제3자를 통한 자료 요청이나 자료의 충분성에 대한 추가 검토 실시 등 충분한 정보를 확보해 평가가 이뤄지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나신평은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이 주관한 1650억원 규모의 CERCG ABCP에 대해 우량등급인 A2를 부여한 바 있다. A2는 단기신용등급 중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적기상환능력이 우수하지만 A1등급에 비해 다소 열등한 요소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ABCP 기초자산인 회사채가 부도남에 따라 어음도 부도처리되고 여기에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 담당자가 CERCG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나신평의 투자등급 부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나신평은 CERCG ABCP에 대해 지난해 5월8일 A2 등급을 부여했지만 불과 3일 뒤인 11일 만기가 도래한 4250억원 규모 회사채가 부도났다. 나신평은 이를 반영, ABCP에 A2 등급을 부여한지 20일 후 C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적기상환능력이 불과 20일 만에 '우수함'에서 '의문시됨'으로 대폭 떨어진 것이다.
개별 신용등급별 정의 [자료=나이스신용평가] |
시장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나신평의 빈틈을 지적하는 한편 중국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 이슈에 따른 '차이나 리스크'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단기조달용 CP를 발행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 신용도가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일반 채권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좀 더 낮은 등급에서 자금을 조달해줄 수 있는 투자자들을 찾은 것"이라며 "그러나 사흘 뒤 상환해야 하는 자금을 못막아서 부도가 날 것이라고는 나신평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 역시 "물건에 대한 등급이니 기업 신용도 일부 반영된다. 나신평은 근시일내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에 대해 문제없다고 판단해서 우량 등급을 부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RCG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주관사와 충분한 경영·재무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중국법인의 경우 워낙 회계처리가 불투명하고 외부에선 알 수가 없다. 마음먹고 속이고자 하면 주관사든 감독원이나 거래소도 속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무디스,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경우 대부분 중국 법인을 운영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검찰조사에서 한화투자증권은 '투자적격등급을 보고 투자했다', 나신평은 '주관사(한화투자증권)가 준 자료를 토대로 충실히 평가했다'는 입장을 서로 고수중인 것으로 안다"며 "제3자 요청에 의한 신용등급 부여의 경우 주관사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든 발행을 해야 하는 한화투자증권 직원으로선 투자적격 등급을 받기 위해 선별된 자료를 신평사에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애매한 평정논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외국 신평사 역시 유동화증권에 대해 주관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하는 등 매커니즘은 동일하지만 국내 신평사와 다른 점은 디테일하게 평정논리를 전개해 딴지가 나올 소지가 적다는 점"이라며 "특히 국내 신평사의 경우 외국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시 외환규제 등 우리나라와 다른 요소들에 대해 명확한 기재가 없는 등 빈틈이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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