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년 총선에서 불모지인 대구·경북(TK)에 전략 공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명망있는 인사를 내세워 문재인 정부의 동진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청와대 출신 30여명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이런 결정은 이들에게 긴장감을 불러넣겠다는 '시그널(신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청와대 출신들이 민주당 텃밭에서 무혈입성하는 것이 아닌 전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오른쪽)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5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yooksa@newspim.com |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해찬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수현 전 실장을 TK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을 역임하며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발탁돼 1기 청와대에서 사회수석을 맡으며 역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조이기'를 진두지휘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실패'라는 평가가 우세함에도 불구, 김 전 실장을 발탁해 재차 기회를 준 것은 그 만큼 문 대통령이 그의 정책능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신임대로 김 전 실장은 2018년 8.2대책, 지난해 9.13대책을 통해 서울 부동산 안정화를 꾀하는데 성공했고 결국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올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leehs@newspim.com |
김 전 실장은 구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경북고를 졸업했다. 또한 '왕실장'으로 불릴 만큼 문재인 정부 실세로 꼽힌다.
이런 그를 TK에 출마시킨 것을 두고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이미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구미 시장이 보수 분열로 당선됐고 경산·영천의 경우에도 신도시로 변해 젊은 사람이 많이 산다"며 "보수가 분열한다는 전제에서 민주당이 괜찮은 후보, 즉 명망있는 후보를 내면 TK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K에 김 전 실장이 출마한다는 것은 본인과 민주당 모두에 상당한 도전이다. 바꿔 말하면 당의 인적 쇄신을 천명한 의미라는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 공천룰이 일찍 확정되고 전략공천 없다고 발표하니 새 인물에 대한 영입이 부족하고 혁신공천이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전국 선거판에 혁신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 대표가 청와대 출신들에게 일정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 총선에 출마를 원하는 청와대 출신이 30명에 이르는데 이 중 일부는 비문(非文) 인사가 선점한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청와대 스펙'을 내걸고 무혈입성에 성공한 이들이 상당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 출신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언제든지 (험지에) 불려나갈 각오를 하라는 의미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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