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보이콧 재팬' 열풍이 불면서 정부가 국내관광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관광을 취소한 관광객들 발길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거다. 국내의 숨은 관광지를 소개하고, 여행 이벤트도 발표했지만 일부에선 고질적인 ‘바가지요금’ 해결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문화센터에서 열린 계동마님댁 말복맞이 행사에서 관광객들이 얼음 탁족을 즐기고 있다. 2019.08.10 kilroy023@newspim.com |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내 관광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가지 않겠습니다. 사지 않겠습니다’란 구호를 내세운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여행을 취소하는 관광객이 7월 둘째주부터 꾸준히 증가세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7일 ‘국내 관광활성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국민들이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관광지 정보 제공과 국내 관광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가지요금와 안전, 위생 문제를 개선해 국민이 가고 싶은 관광 환경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관광지 특유의 바가지요금이 문제다. 이에 대한 국민들 불만이 여전하다. 바가지요금을 내고 국내를 여행할 바엔 해외여행을 가는 게 낫다는 의견도 많다.
국내 관광지 바가지요금은 수십년간 지적됐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고질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년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국내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78.4점으로 해외여행(79.7점)을 밑돌았다. 평균 지출액은 해외여행이 119만5000원으로 국내여행(95만9000원)보다 23만6000원 많았지만 국민들은 해외여행을 선호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국내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8.07 leehs@newspim.com |
상황을 잘 아는 문체부는 오는 9월 30일까지 지자체, 경찰 등과 전국 미등록 야영장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해양수산부도 지자체와 협력해 8월 바가지요금 단속을 진행한다. 무허가 상행위, 조례로 정한 이용요금을 초과해 부당요금을 징수하는 행위, 개인 피서용품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과 단속이다.
다만 정부는 관광지 바가지요금 근절에 대한 지자체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바가지요금을 구체적으로 손대기가 애매해서다.
실제로 문체부 관계자는 “바가지요금 문제는 개별 사업자의 영업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며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은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사항이다. 정부는 바가지요금이 국민 관광활성화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인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관광국 관련부처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지자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자체 역시 정부처럼 바가지요금 문제를 에둘러 규제하는 형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74회 광복절을 맞아 ‘서경덕 교수와 함께하는 광복절 역사여행’을 추진해 찾은 대구 근대문화골목 [사진=문체부] |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김남조 교수는 바가지요금 근절 및 개선 분위기는 민간에서부터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같은 공공기관이 사유재산을 직접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지방에 가면 관광협회, 상인협회, 지역활성화협회 등이 있다. 이는 민간이 주도하는 자율기구다. 여기서 올바른 관광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민간기구나 협회가 관광문화를 개선할 상황이 아니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이에 대한 교육과 홍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협회가 잘 운영되지 않는 여러 이유가 있다. 분납금으로 협회가 운영되는데 협회에 모든 상인이나 사업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또, 이들이 힘을 합쳐 ‘올해는 이런 관광을 이끌자’고 협의하고 지적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 수준까지 못 미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다행인 점은 문체부에서 지자체나 협회에 교육할 수 있는 예산이 마련돼 있다. 3개월 정도 하는데 민간협회에 관광 서비스 마인드를 향상시키고 고장의 이미지를 향상시켜야 하는 이유 등 정보를 주면서 관광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자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광주광역시 박향 문화관광체육실장은 “문체부에서 계도하는 공문이 휴가철에 많이 내려오고 문체부는 중앙관광협회, 지역관광협회로 예산을 배정해 관광여행주간, 특히 가을여행 주간에 지자체와 관광문화 개선 캠페인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성수기와 비수기에 요금이나 물건 값의 차이가 있는데 그 간극을 어디까지 유지하느냐에 대한 계도를 지자체에서도 하고 있다. 강제로 제재할 방법은 없지만 관광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해보자는 취지로 계도한다”고 덧붙였다.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소쇄원을 찾은 박양우 문체부 장관(왼쪽) [사진=문화체육관광부] |
민간에서도 바가지요금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19일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지난주에 긴급 결정된 사안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바가지요금이 국내관광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관광계 자정노력과 개선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과 부산, 경기, 강원 지역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바가지요금 해결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오는 22일에는 바가지요금 보도의 중심에 서 있는 강원도에서 지자체와 업계 등이 함께 참여한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현장회의를 개최한 강원도 지역에서도 진행한다.
민간 측에서도 바가지요금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는 “바가지요금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쁘게 나간 건 관광사업자, 호텔뿐 아니라 일반 숙박업이나 식당에서도 문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관광사업 외에 일상 생활에 녹아든 곳에서도 발생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한숙박업중앙회도 바가지요금과 관련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문체부와 보건복지부에서 바가지요금 근절대책이 내려왔다. 얼마 전에도 국내여행 바가지요금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는 게 낫겠다는 관광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가지요금과 관련해 민원이 많은데, 문의는 소비자보호단체에 해야 한다. 바가지요금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맡아야 한다. 또 서울보다 지역에서 문제가 더 많다.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알 거다. 정부기관에서 단속을 진행하니 협조를 잘해주고 불이익 받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