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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슈+] 드라마에도 등장한 차별금지법, 20대 국회 못 넘는다

기사등록 : 2019-08-1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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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종교인 반대에 막혀
20대 국회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0', 개별 법안만
정치권 “유권자 '허브' 종교인 무시 어렵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 지난 12일 방영된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차별금지법’이 등장했다. 박무진 대통령 권한대행(지진희 분)이 차별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자 차영진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선을 이유로 반대한다. 박 권한대행은 이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누려야할 기본 권리 아닌가요? 제가 뭘 더 고려해야 합니까?”라고 반문한다.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병력·나이·언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피부색·출신지역·용모 등 신체조건부터 임신·가족형태·종교·사상·정치적 의견·성정체성·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 특정 대상이 명시된 법안과 달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불린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현실은 '박 권한대행'보다 '차 실장'에 가깝다.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아직까지 반대 여론이 강한데다 총선도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차별과 혐오의 무법지대 국회 장애인 비하 쏟아내는 국회에 경고한다! - 국회의원 장애인비하발언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관련 단체의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의회의 주최로 진행됐다. 2019.08.16 alwaysame@newspim.com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에서부터 19대 국회까지 꾸준히 발의됐다. 하지만 입법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고(故) 노회찬 의원이, 18대 국회에서는 권영길 의원이 발의했지만 입법을 이루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김재연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냈지만 이 또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지난 16일 뉴스핌과 만나 “입법이 된다 하더라도 아직은 많이 멀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는 만큼 우리도 발을 맞춰야 한다”라면서도 “다음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될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렵사리 법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의원도 있었다. 2013년 2월 초, 민주통합당 소속이던 김한길 의원은 의원 51명과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다. 이어 같은 당 최원식 의원도 의원 12명과 함께 차별금지법안을 냈다. 당시 민주당 의원 127명중 절반 가까이가 서명한 셈이다.

당시 법안 발의가 알려지자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사퇴하라"며 ‘민주당 때리기’에 나섰다. '정치적 성향·전과·성적지향·종교에 대한 차별 금지'가 공격 빌미였다. 이들은 “주체사상 좌파 세력이 국회에서 자유롭게 적화활동을 펼칠 것”,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치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두 의원은 민주당이 '고립'될 수 있다며 두 달여 만에 법안 발의를 철회했다.

20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결국 발의되지 못했다. 그 대신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포괄적’보다는 ‘개별적’ 법안들만 발의됐다. 

이런 가운데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주문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제출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의 철폐에 관한 협약’ 정기보고서를 두고 “모든 차별금지사유에 대한 직접적·간접적 인종차별을 정의하고 이를 금지하는 포괄적 법률 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권고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 alwaysame@newspim.com

하지만 정치권은 “종교를 떼어 놓은 정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차별금지법 입법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무소속의 한 의원은 “종교인은 어떻게 보면 유권자들의 생각을 전해주는 창구”라면서 “차별금지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들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종교계의 입장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사찰 주지나 교회 목사, 성당 신부 등이 의원 후원회장이나 지역 네트워크의 허브를 맡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상황에서 차별금지법 입법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협약에 가입하고 이를 이행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해야 국제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라며 “입법이 되지 않는다면 후진국이라는 비판을 받음과 동시에 외교 혹은 교역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with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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