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 지난 2008년 월가 사상 최악의 금융 사기 사건인 버너드 메이도프의 폰지(금융 다단계 사기) 사건을 폭로한 해리 마르코폴로스가 제너럴일렉트릭(GE)의 회계 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GE주가가 전날 11% 폭락하자 래리 컬프 GE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미 CNBC에 따르면 래리 컬프 CEO는 자사 비리가 폭로된 15일 20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GE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컬프 CEO는 주당 7.93달러에 GE주식 25만2200주를 사들이면서 지분을 두배로 늘렸다.
컬프 CEO가 분식 회계 의혹을 부인하고 자사주 대량 매입을 통해 자신감을 내비치자 다음날 16일 오전 GE 주가는 8% 이상 올랐다. 전날 GE 주가는 마르코폴로스가 GE가 과거 석유업체 엔론보다 심각한 분식 회계를 저질렀다며 17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폭로하면서 2008년 4월 이후 최대 폭인 11% 급락했었다.
컬프 CEO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GE는 회계 위반 사항과 관련한 어떤 주장도 항상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나 마르코폴로스의 주장은 시장 조작이다. 간단하고 확실하다"며 "마르코폴로스의 보고서는 사실에 관한 거짓 진술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보고서를 내기 전 GE에 확인했더라면 수정될 수 있었을 것"라고 밝혔다.
이어 컬프 CEO는 "그가 170쪽짜리 보고서를 내면서도 회사 관계자와 얘기를 나눈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은 그가 정확한 재무 분석엔 관심이 없고 단지 그와 비공개 헤지펀드 파트너가 GE주가 하락을 통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GE 이사회 이사 겸 감사위원회 의장인 레슬리 세이드먼도 마르코폴로스의 주장에 대해 "실제 회계 요건에 대해 수많은 참신한 해석과 명백한 실수를 담았다"며 "보고서에 대한 시장 반응으로 개인적인 금전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본사에 설치된 제너럴일렉트릭(GE) 간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날 마르코폴로스는 웹사이트(www.GEfraud.com)에 게재한 연구 보고서에서 GE 회계 오류가 시가총액의 40%에 해당하는 38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보험사업 부문과 베이커 휴스 인수 회계처리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마르코폴로스는 CN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사건으로 GE가 파산을 신청하게 될 것"이라며 "엔론과 월드컴은 4개월 정도 버텼는데 GE는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 겠다"고 말했다. 그는 GE 분식회계의 역사가 잭 웰치 시절인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GE의 분식 회계 내용을 고발한 보고서 작성은 미국의 한 헤지펀드 회사가 도왔으며 마르코폴로스는 GE의 주가 하락에 따른 이익을 해당 회사와 적절히 나눠 가질 것이라고 CNBC에서 밝혔다. 헤지펀드 파트너의 이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월가 전문가들도 마르코폴로스가 제기한 GE 회계 부정 주장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씨티그룹의 앤드류 카플로위츠 전무도 "보고서에 많은 결점이 있다"며 "회사를 이끄는 컬프 CEO의 능력을 계속 믿고 있고, 그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분식 회계 주장으로 회사의 어려움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CFRA리서치의 짐 코리도어 애널리스트도 마르코폴로스와 익명의 헤지펀드사의 움직임은 GE주가 하락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하며 "컬프 CEO 경영체제에서 GE의 회계 투명성이 높아졌음을 확신한다. GE는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충분한 유동성과 자본시장 접근성을 통해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