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각)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와 컨퍼런스 콜을 갖고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3일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중 일부를 연기한다는 결정에도 14일 다우존스 지수가 800포인트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키자 다급한 움직임을 취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장 커다란 실적으로 내세우는 경제 성장과 주가 상승에 흠집이 발생하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각) 미국 CNBC와 로이터는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대형 은행 CEO들을 소집, 컨퍼런스 콜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콜’을 받은 인물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최고경영자, 그리고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벳 최고경영자 등 총 3명이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금융권 수장들에게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진단을 요구했다. 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국채 수익률과 주가 급락에 월가 구루들의 침체 경고가 쏟아지자 초조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가계 소비가 꺾이고 있는 것인지 여부에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중국과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그는 기업의 투자 전망도 집중적으로 챙겼다.
금융권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계 소비가 탄탄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미국과 무역 마찰이 진화된다면 더욱 호조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무역 마찰이 기업의 투자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소식통은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전면전이 주요 기업들의 경기 신뢰를 떨어뜨리는 한편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의견에 수긍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금융권 CEO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지난달 25bp(1bp=0.01%포인트)의 금리인하가 금융시장의 유동성 흐름을 개선시키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와 별도로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요 기업의 경영자들과도 접촉하며 실물경기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가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과 다소 엇갈리는 행보다.
앞서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3000억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리는 한편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9개월 이내에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모간 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는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제외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금융권 CEO들의 컨퍼런스 콜은 20분 가량에 걸쳐 진행됐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