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9-08-23 10:55
[서울=뉴스핌] 노민호 이홍규 기자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며 “우리는 대화도 대결도 다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싸움'의 강도를 한층 더 높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개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못된다(원래부터 본바탕이 나쁜 것은 아무리 가도 그 본질을 바꾸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역시 폼페이오는 갈 데 올 데 없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리 외무상은 그러면서 지난 21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았다.리 외무상은 “폼페이오가 미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북조선(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비핵화가 옳은 길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망발을 줴쳐댔다(쏟아냈다)”고 비난했다.
리 외무상은 이어 “폼페이오는 지난 4월 24일에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라는 데서 그 무슨 ‘경로 변경’을 운운했다가 된 매를 맞은 바 있다”며 “폼페이오가 바른 소리를 할리 만무하지만 조미(북미)대화가 한창 물망에 오르고 있는 때에 그것도 미국 협상팀을 지휘한다고 하는 그의 입에서 이러한 망발이 거듭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무심히 스쳐보낼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어떻게 그가 이런 망발을 함부로 뇌까리는지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며 “이런 사람과 마주앉아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지 실망감만 더해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 외무상은 그러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핵문제를 산생시키고 그 해결을 어렵게 하는 장본인이 미국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폼페이오가 사실을 오도하며 케케묵은 제재 타령을 또 다시 늘어놓은 것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돼 있고 조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이어 “우리는 이미 미국 측에 알아들으리만큼 설명도 하였고 최대의 인내심을 베풀어 시간도 줬다”며 “그러나 아직도 미국이 제재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면 저 혼자 실컷 꾸게 내버려두든지 아니면 그 꿈을 깨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