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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트럼프, 홍콩 문제 '강경' 선회는 볼턴 등 강경파 작품"

기사등록 : 2019-08-2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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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대응' 압박 코멘트, 무역합의 '이행 조항' 당위성 부여하려는 계산
대중 강경파, 압박 여세 몰아 대만 무기판매·인권 제재 잇따라 추진
"트럼프 강경 노선 선회, 효과 없고 역풍만 초래" 경고음 고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 당국 눈치를 보던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노선으로 선회한 데는 무역 협상 활용카드의 필요성을 주장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백악관 내 대중 강경파 인사들의 설득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홍콩 시위와 관련해 최대한 몸을 낮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홍콩 관련 인도적 대응을 직접 주문한 것은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함이며, 강경해진 톤 하나하나에는 매우 세심한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자칫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홍콩 사태가 중국 내부 문제라며 거리를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위가 점차 격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홍콩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필수적이며 유리한 조치라는 보좌진의 설득에 넘어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인도적 대응' 언급, '이행조항' 당위성 강조 목적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지도부에 홍콩 관련 인도주의적 대응을 주문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시위대와 대화할 것을 촉구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잇따라 중국 당국의 인도주의적 대응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WP는 지난 1984년 중국이 영국과 홍콩 반환 조약을 맺을 당시 홍콩에 폭넓은 자치권을 주기로 했던 약속을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강조한 것은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엄격한 ‘이행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미국 측 요구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홍콩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을 1989년 톈안먼 사태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이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무대에서 중국을 왕따로 만들어 글로벌 역풍 속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 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미국이) 홍콩 시위의 평화로운 해결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는 중국이 무역 협상을 애타게 바라고 홍콩의 특별 지위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전제하에 미국은 강력한 협상 우위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 다 그럴듯한 가정이긴 하나, 중국 당국이 홍콩의 추가 시위를 더는 용인할 의향이 없을 때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대중 강경파, 무기 판매·인권제재 추진도 ‘속도’

이달 초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시점에는 (중국이) 시위를 중단하길 원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홍콩과 중국 간 사안이고 이는 홍콩이 중국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중국 당국의 홍콩 시위 진압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하지만 홍콩 시위가 격화하는 사이 중국과의 무역 합의 가능성이 점차 요원해지자 볼턴 NSC 보좌관 등 백악관 내 대중 강경파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 국무부가 대만에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F-16 전투기 66대를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토록 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 정부는 지난달에도 대만에 22억달러 규모의 M1A2T 전차와 스팅어 미사일 판매 계획을 승인하는 등 대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백악관 내 대중 강경파들은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제재도 추진 중이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상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은 인권 제재가 무역 협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인권 운동가들은 최근 위구르 출신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엘니가르 일테비르가 NSC 내 중국 정책 담당자로 임명되면서 인권 제재가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무역·홍콩 등 연계 시도 ‘역풍’ 경고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백악관이 무역과 중국 인권 문제, 홍콩 시위 상황 등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필스버리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은 “미국 정부가 폭동을 선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보 분석에 나선 중국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체제 자체를 전복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무역 협상에만 활용하려는 것인지 큰 그림을 파악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의 입인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무역 합의를 원하면 우선 홍콩에 인도적 대응을 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중국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며 콧방귀를 뀐 상태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홍콩 관련 발언을 비롯한 최근 행보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날 홍콩을 무역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지렛대냐 아니냐의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홍콩 사태가 인도적으로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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