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황선중 기자 = 입시 특혜 의혹에 휩싸인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는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중 공주대와 단국대에서 인턴을 하고 학회에 참여하며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했다. 고교 시절 조씨는 일명 한영외고 '유학반' 학생이었다. 한영외고 유학반은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만 모아놓은 곳으로, 교내 1개 반만 있으며 약 30명 소수로 구성됐다. 대부분 사회 고위층 자녀들이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종 특혜 의혹이 조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핌은 한영외고 졸업생 및 인근 학원가 취재를 통해 밝혀낸 한영외고 유학반의 실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영외고 유학반은 해외 대학 진학을 위해 내신은 포기하고 유학을 위한 이른바 '스펙' 쌓기에만 전념하는 반으로 운영됐다. 유학반 학생들은 다양한 교내·외 활동으로 스펙 관리를 하고, 이 과정에서 이름뿐인 '유령 동아리'를 만들어 '반짝' 활동한 뒤 자기소개서에 적기까지 했다.
27일 조씨가 2010학년 고려대학교 수시모집 '세계선도인재전형' 지원 당시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조씨는 2007년 고교 입학 후 '드라이브'(Drive)라는 교내 락밴드에 가입, 드럼 주자로서 활동하며 여러 차례 자선공연을 했다고 써있다.
자기소개서에는 '한영 챔버오케스트라'에서 객원 퍼커셔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도 적시됐으며, 2학년 때는 'HENC'(Hanyoung English News Club)라는 동아리의 편집장 겸 총무를 맡았다는 소개도 포함됐다.
조씨는 "HENC는 학교를 대표하는 영어잡지부로, 일년에 2회 잡지를 출판했는데 편집장의 역할은 모든 학생 기자의 기사를 검토하고 편집하는 것이었고 총무의 역할은 동아리 통장을 관리하고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부연했다.
아울러 조씨는 "'한영 인권지킴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회장이 됐고, 탈북청소년학교인 '여명학교'와 연결해 탈북청소년을 돕는 활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영외고 졸업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유학반 학생들이 활동한 동아리는 대부분 학교의 일반적인 동아리는 아니라고 한다.
한영외고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약 10개의 동아리 외에 유학반 학생들만을 위한 동아리가 별도로 존재했고, 약 30개에 달했다. 전교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동아리가 10개인데 반해 유학반 30명을 위한 특별 동아리는 30개였다.
유학반 학생들은 30개 동아리에 다양하게 가입, 여러 개의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다. 동아리 회원은 2~3명 정도로 구색만 갖추고, 동아리 회장을 2~3개씩 겸했다.
이후 한두 번의 활동만 한 뒤 대입 자기소개서에 적시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해외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자기소개서가 중요한데 해외 대학에서 지원자의 교내 활동에 대한 사실관계 검증이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학교에서는 유학반 학생들을 위해 자유로운 동아리 조직을 눈감아 줬고, 심지어 스펙을 쌓기 위한 동아리 활동을 권장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사실상 대부분 껍데기만 있는 유령 동아리였다는 것이 당시 한영외고 재학생들의 증언이다.
학교는 교내 동아리의 신설 및 감독 권한을 갖고 있고, 동아리 활동 내역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학교 측이 유학반 학생들의 '스펙쌓기'를 위해 알면서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정문. [사진=임성봉기자] |
결국 조씨의 고려대 합격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기소개서에 담긴 동아리 활동은 대부분 엉터리였을 가능성이 높다. 드라이브나 HENC 등은 모두 유학반 동아리였다.
한 한영외고 졸업생은 "유학반 동아리는 활발히 활동하는 동아리가 아니라 이름만 있는 동아리로, 유학반 외 학생들은 가입도 못한다"며 "유학반 학생들은 대입 자기소개서에 '내가 이 동아리를 직접 만들었고 회장직을 맡았다'는 식으로 쓰면서 이를 활용했다"고 전했다.
한영외고 입시 전문 학원 관계자는 "내신을 신경 안 써도 되고 대외활동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해외 대학을 준비한다면 한영외고 유학반으로 진학하는 게 당연히 유리하다"고 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