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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아마존 열대우림, 정치적·지형적 문제로 진화에 어려움

기사등록 : 2019-08-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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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산불이 날로 확산되면서 주요7개국(G7) 정상들부터 헐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치적·지형적 장애물에 가로 막혀 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망했다.

우선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불타고 있어 대대적이고도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식민지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처럼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겨울이 오고 있는데도 정치 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또한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형 자체가 방대하고 밀림이 우거진 상태에서 도보로만 접근이 가능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어 기술적으로도 진화 작업이 어려운 상태다.

브라질 마투그로수주 카나라나에 위치한 아마존 열대우림 지대가 불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현재의 아마존 산불은 보통 건기에 발생하는 화재와는 성격이 다르다. 벌목과 화전개간 등 때문에 인위적으로 발생한 화재가 대부분이어서 하나의 대형 화재가 계속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수백 개의 화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화재를 진화하려면 유관국들의 협력 하에 조직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간 ‘사적인’ 다툼이 정작 전지구적 위기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주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마크롱 대통령보다 24살인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를 조롱하는 내용을 남겼고,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 정상으로서 아마존 화재 진화를 위해 즉각 2220만달러를 지원한다는 G7 정상들의 합의 내용을 발표하자 이 또한 사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일개국의 대통령인 마크롱이 아마존에 대해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공격을 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아마존을 구하자는 G7 동맹의 명분 뒤에 숨어 아마존을 식민지 또는 임자 없는 땅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마존 화재 진화를 돕겠다는 기부 물결에 대해서도 “대가 없이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은 없다”며 삐딱선을 탔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만난 G7 정상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위치해 있는 국가들에 화재 진압용 항공기를 제공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브라질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브라질 국정을 총괄하는 오닉스 로렌조니 정무장관은 “제안은 고맙지만, 그럴 돈이 있다면 유럽에나 나무를 심도록 하라”고 비꼬았다.

당초 브라질 정부는 G7의 제안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 이후 입장을 180도 바꿨다.

로렌조니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자신의 집과 식민지들이라 챙기라”며 “세계 문화유산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도 막지 못했으면서 우리나라에 가르치려 하지 마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G7뿐 아니라 남미 여타 국가들과 중동 등에서도 자금과 소방대원을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기억을 안고 있는 브라질의 지도자들은 아마존에 대한 외국의 관심을 두려워하며 이들이 아마존을 또다시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은 국가의 주권에 해당하는 일인데 열강들이 지구 환경을 위한 일이라며 보이는 관심과 간섭이 부담스럽다는 입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아마존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선에 나섰고, 실제로 지난 1월 그의 취임 후 대부분 불법인 벌목이 급증했고 인위적인 화재는 75% 증가했다. 과학자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20~25%가 벌목돼 파괴에 따른 피해 복구가 어려운 ‘티핑 포인트’에 근접하고 있어 아마존 열대우림의 상당 부분이 아프리카의 대초원처럼 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한편 전문가들은 진화 작업을 가로 막는 실질적인 장애물을 지적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화재 진압을 위해 700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했고 4만4000명의 군병력과 군용기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수백개의 산불이 길도 나 있지 않은 밀림 한 가운데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인력과 물자를 동시에 여러 곳에 배치해 진화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경우 산불의 위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도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는 대형 산불과 비교할 때 현재 아마존 산불은 위력이 약한 편이다. 하지만 아마존 열대우림은 매년 상당량의 빗물을 흡수해 지구상에서 가장 습한 지역이기 때문에 이처럼 습한 환경에 익숙한 나무들은 위력이 약한 산불에도 파괴되기가 더욱 쉽다.

아마존 산불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아네 앨런카 아마존환경연구소 연구소장은 “아마존 화재는 9월 경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타 들어가는 아마존 정글의 붉은 화염.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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