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학술적 연구 치중으로 산업 현장과 괴리가 발생했다. 연구개발(R&D) 결과가 산업현장에서 활용돼 투자의 가치가 높아지도록 R&D 프로세스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8일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에서 이같이 밝히며 “산업현장 수요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R&D 전주기의 장벽을 해소하고, 국가 R&D 역량을 결집해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역량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는 이른바, 국가 R&D 혁신에서 자주 언급되는 ‘코리아 R&D 패러독스’ 현상을 넘어서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세계 1, 2위를 다툰다. 국가 R&D의 성공률도 98%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연구 성과가 혁신 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비판이 ‘R&D 패러독스’다.
이런 판단 아래 소재·부품·장비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산업현장 수요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R&D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국가 연구역량을 총결집한다는 전략이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소재 부품 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8.27. [사진=과기정통부] |
이런 맥락에 따라 앞서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긴급한 기술개발이 필요한 약 1조9200억원 규모의 대형 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조치가 발표됐다.
이어 정부는 당장 올 10월부터는 시급히 대응이 필요한 핵심품목 관련 소재·부품·장비 사업의 예타는 ‘소재·부품·장비 기술특별위원회’의 사전 검토·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정책적 타당성 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고 경제성 평가는 비용효과(E/C) 분석으로 대체한다.
또 핵심품목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추진방식을 적용한다.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한정된 후보기업을 대상으로 별도로 지원하고, 기술축적 가속화를 위해 초기 단계에서 동일 연구주제에 대한 복수의 개발주체 참여를 허용해 기술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특히 핵심품목에 대한 신속한 기술개발이 필요한 경우 다양한 방식을 시도할 수 있도록 기존-신규과제 간 중복성 심사를 완화해 과제의 중복 추진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
아울러 기업 선(先)투자로 R&D를 자체 수행하고 상용화 결과에 따라 정부자금을 인센티브로 후(後)제공하는 ‘후불형 소재·부품 R&D’를 확대한다.
수요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상생형 R&D 활성화를 위해서는 핵심품목 관련 R&D 과제의 기업 매칭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대기업 구매 협약 등 판로를 확보한 과제는 선정 시 우대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 등 수요기업이 선(先) 제안·투자한 중소기업 기술개발과제의 정부자금 지원규모도 대폭 확대한다.
부처 R&D의 연계 및 중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원천 R&D 기획에 산업계 수요를 적극 반영하고, 연구성과가 가시화한 경우 기업주도 후속R&D로 연계하기로 했다. 관계부처 공동기획으로 대학・출연연과 기업간 긴밀한 협력하에 기초・원천 R&D와 기업 주도 개발연구도 공동 추진하다. 이와 함께 품목에 따른 산업 밸류체인을 고려해 타깃 시장 다변화형, 후방 공급망 협력형, 전방산업 수요 맞춤형 등으로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과기정통부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에는 한국의 R&D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눈물이 비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30년 넘게 재직한 김 본부장은 화학연구원장직을 2년 정도 수행하다 지난 5월 과기혁신본부장으로 발탁됐다.
김 본부장은 “일본 수출규제의 핵심이 되는 소재, 부품, 장비의 중요한 부분은 오랫동안 몸담은 화학연에서 다루고 있다”며 “화학연에서 모든 인생을 바친 만큼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공적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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