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일본 정부가 28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예정대로 시행했다. 국내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금수조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강화된 절차로 주요 소재·부품 수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에칭가스·포토리지스트 등 핵심 소재에서 수입 규제를 받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 한 가지라도 제 때 수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 차질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양국간 정치적 갈등으로 규제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사진=유진투자증권] |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일본 정부가 또다시 핵심 소재를 대상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며 "이제 시행 초기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예측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선 규제와 관련해서는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 대외적으로 드러난 피해가 없다. 하지만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들인 비용이 상당해 사실상 피해를 본 것과 다름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 추가 재고 확보 확보와 함께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소재들을 테스트 하는 등으로 갑작스럽게 추진한 노력들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화이트리스에서 제외되는 것 역시 당장 타격을 주지 않겠지만 잠재적 불안감을 야기해 기업은 물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켰다고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장이 멈추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제가 없었다면 하지 않아도 될 노력들을 갑작스럽게 하게 된 것들을 감안하면 상당한 피해를 입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우량 수출기업에 부여되는 '특별 일반포괄허가' 제도를 활용, 최대한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 제도를 통해 '자율준수기업(ICP)' 인증을 받은 기업과 거래하면 기존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입할 수 있다.
전략물자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정부로부터 ICP 승인을 받은 기업은 1300여개로 이들 중 기업명이 공개된 곳은 632곳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관련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수입 절차에 변화가 생기기는 하지만 한 달 전부터 예고된 사항이라 미리 준비 해왔던 부분이 있어 당장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전략물자 관리를 잘 하고 있음에도 왜 규제를 받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수입처 다변화와 소재·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일을 통해 그동안 안이하게 생각했던 일본산 소재부품 의존도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이라며 "수입처 다변화와 함께 핵심 소재에 대해서는 자립하려는 노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에서 관리하는 전략물자 리스트에 포함된 약 1200개 품목이 일반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뀌어 수입이 까다로워진다. 제출 서류가 최대 9종으로 늘고 심사 처리 기간은 1주일에서 90일 이내로 길어진다. 유효기간은 통상 3년에서 6개월으로 줄어든다.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주요 변경 사항. [자료=전략물자관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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