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문재인 정부에서 20조원 아래로 떨어졌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3년 만에 20조원대를 찍는다.
노후시설 보수 확대 등 안전 관리를 강화하려고 정부가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12.9% 증액 편성해서다. 내년 체육관 등 생활형 SOC 예산도 올해보다 2조원 넘게 불어난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내년 SOC 예산으로 22조3055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19조7531억원보다 12.9% 늘어난 규모다.
SOC 예산은 2017년 이후 3년만에 20조원을 웃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SOC 예산 증액에 소극적이었다. 4대 강 사업을 한 이명박 정부나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 박근혜 정부와 차별을 두려고 의도적으로 SOC 예산을 줄였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짠 2018년 예산안에서 SOC 예산은 2017년보다 무려 20%나 깎였다.
이런 기조는 기재부가 2020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180도 변했다. 각 부처가 요구한 금액보다 기재부가 무려 4조2000억원이나 증액했다. 각 부처가 기재부에 요구한 내년 SOC 예산은 올해보다 8.6% 깎인 18조1000억원에 그쳤다.
늘어난 SOC 예산은 노후 기반 시설 수리와 지역 교통망 확충, 스마트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된다. 도로 유지·보수 예산이 635억원 증액된다. 일반 철도 안전 및 시설개량과 방파제·준설 예산도 각각 3752억원, 1089억원 늘어난다.
인공지능(AI)과 5G 등을 접목한 스마트 인프라 구축 예산은 올해 3000억원에서 내년 1조2000억원으로 약 4배 증가한다. 특히 스마트 상수도 지원 예산은 3877억원 신규 편성됐다. 세종과 부산 등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지원 예산도 약 3배(1256억→3245억원) 늘어난다.
올해 8조원이던 생활 SOC 예산은 내년 10조3766억원으로 29.8% 늘어난다. 도서관과 주민건간센터, 생활문화센터 등이 한 건물에 있는 복합문화센터 280개(3000억원)를 짓는다. 공공 도서관과 국민체육센터도 각각 182개, 173개 확충한다. 주거지 주차장도 280개 늘린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한 33개 사업도 내년부터 차례대로 시작한다. 설계비 등이 약 5000억원 반영돼 있다. 아울러 부산(블록체인)과 세종(자율주행실증) 등 규제자유특구 7개 지역 인프라 확충(615억원)도 지원한다.
SOC 예산 편성 기조 변경을 의식한 듯 정부는 경기 부양 목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는 없다는 설명이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SOC 예산이 2조6000억원 늘지만 과거와 같은 토목 예산은 5000억원 증액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2조1000억원은 스마트인프라와 출퇴근 버스 공공성 개선 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윤철 2차관은 "안전 투자와 스마트화로의 SOC 투자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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