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일본 정부가 지난달 초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불화수소(에칭가스)에 대한 한국 수출을 허가했다. 1차 수출 규제 품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중에서는 3번째 허가다. 다만, 정부는 업계 불확실성이 여전한 것으로 보고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9일 불화수소 수출 1건을 승인했다. 허가를 받아 수출하는 기업은 일본 스텔라, 수입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일본으로부터 불화수소가 들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수출물량 등 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에칭 공정(회로의 패턴 중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공정)과 불순물 제거 과정에 사용하는 기체다. 일본 회사들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대일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서 불화수소를 규제 대상 품목(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감광재))에 포함시켰다.
앞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 감광액으로 쓰이는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두 차례 수출 허가를 내준 바 있다. 이달 7일에 이어 19일에 한차례 더 수출을 허가했다.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부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일본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부담을 느낀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의 수출을 허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성 소재부품산업정책관은 "한 건 허가해줬다고 해서 상황이 변화됐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며 "여전히 업계에 불확실성이 있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 3개 품목 개별허가 전환 조치가 철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WTO 제소를 의식한 조치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처음에 한 자기들의 말이 꼬였다"며 "(이번 조치는)자국의 제도를 운영하는 차원의 조치라는 논리를 백업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허가와 무관하게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28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직후 "WTO 제소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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