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전이 점입가경이다. 임직원을 빼갔다며 시작된 소송이 명예훼손으로 번지더니, 다시 특허 침해로 확산됐다. 또 양사간 대립에서 다른 계열사까지 끌어들여 그룹간 대결로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국내 간판 배터리기업들간 소송전이 자칫 국익 훼손 우려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배터리 특허를 침해한 LG그룹 계열사 두 곳을 미국에서 동시에 제소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LG화학과 LG전자이며,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도 포함됐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직접 경쟁사인 LG화학 뿐 아니라, 같은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 그리고 LG화학의 미국 법인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해 부득이 하게 동시에 제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윤예선 대표는 “이번 제소는 LG화학이 4월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건과는 무관한 핵심기술 및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국내 기업간 선의 경쟁을 통한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인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해 오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해 제기한 ITC 소송이 관련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인 가운데, 경쟁사에서 소송에 대한 불안감 및 국면 전환을 노리고 불필요한 특허 침해 제소를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LG화학은 그 동안 경쟁사(SK이노베이션)로부터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화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만약 경쟁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이에 따른 보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그러면서 1990년대 초반부터 2차전지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혁신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국내외에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의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데 반해 경쟁사는 1135건으로 (‘19년 3월 31일, 국제특허분류 H01M관련 등록 및 공개기준) 양사간 14배 이상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경쟁사가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인지 매우 의문시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말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소속 임직원 76명이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 등 주요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며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며 반격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이날 LG화학과 LG전자까지 소송을 한 것.
한편, LG화학은 이달 초 주 법률대리인을 기존 덴튼스(Dentons)에서 세계 1위 로펌이자 ITC 특허소송 경험이 풍부한 미국 레이섬 앤드 왓킨스(Latham & Watkins)로 교체했다. 소송에 화력을 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ITC 소송은 내년 6~7월 예비판결을 거쳐 이르면 11월~12월 최종판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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