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액상 대마 등을 국내로 밀반입하다 적발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의 사건 당일 행적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씨는 적발 가능성이 높은 기탁화물에 마약을 숨기고, 적발 후에는 순순히 범행을 인정하는 등 통상적인 마약사범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4일 관세청과 인천지검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변종 마약인 대마 카트리지 수십여개를 항공화물 속에 숨겨 들어오다 공항 세관에 적발됐다. 이씨가 기내에 갖고 탑승한 백팩에서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캔디·젤리형 마약도 함께 발견됐다.
<사진=CJ그룹> |
'대범하게도' 기탁화물과 백팩 모두에 마약을 담아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약 밀반입은 신체에 숨겨 들어오는 경우다 많다. 마약을 2중, 3중 비닐 포장을 한 후 신체 곳곳에 테이프로 붙이는 방식이다.
기탁화물이나 기내용 가방 등은 입국 과정에서 첨단 장비로 검사를 받는 탓에 적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씨처럼 기탁화물과 기내용 가방 모두에 마약을 나눠 담아왔다면 그만큼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씨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기탁화물과 기내용 가방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한 것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적발 당시 이씨의 태도도 일반적인 마약사범과는 달랐다. 이씨는 당시 아무런 변명이나 저항을 하지 않고 곧바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마약 밀반입 사실이 적발되면 우선 범행 사실을 부인하거나 저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게 관세청 측 설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공항에서 관세 공무원이 이씨에게 범행 사실을 알리고 신원확보를 하려고 하자 이씨가 곧장 범행을 시인했다”며 “일반적인 마약사범과는 조금 다른 태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적발 가능성이 큰 기탁화물과 백팩에 마약을 담아왔다는 건 그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대량으로 마약을 밀반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방증”이라며 “아마도 스스로를 억제하기 힘든 수준으로 마약의 필요성을 느끼는, 심각한 중독 상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통 거짓말을 하는 등 범죄 현장을 서둘러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이씨는 그러지 않았다”며 “수사기관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이 사고를 저질러도 그룹 차원에서 대응해준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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