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경증환자 진료 시 상급종합병원에 불이익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 대책이 발표되자 의료계와 병원계가 술렁이고 있다.
의원과 병원들 모두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필요성과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의료현장에서 직접 통제하기 힘든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는 등 이번 대책의 세부적인 내용은 협의와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 전달체계 개편 [자료=보건복지부] |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강화(중증 입원환자가 기존 21% 이상서 30% 이상으로 상향)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 진료 시 불리하도록 수가구조 개선 △100개 경증질환자로 확인된 환자 진료 시 상급종합병원의 종별가산 적용 배제 △상급종합병원의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 △병의원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상급병원에 진료의뢰가 이뤄지도록 개선 등이 포함됐다.
◆ 개원가 “방향성 공감… 원장 업무 많아질까 우려”
개원가는 이번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에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일차의료기관이 경증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고 대형병원이 중증종합병원으로 전환해 중증환자를 본다는 그 취지는 분명히 맞는 방향”이라며 “현재 외래 1만명이 넘는 일명 '빅5 병원'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몰리는 형태는 분명히 소모적”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런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의사가 직접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 경우 원장의 작업량이 많아지고 그러한 데이터를 정부에서 수집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책이 의료현장에서 실효성을 나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환자들이 떼를 쓰고 왜 진료의뢰서를 발급해주지 않냐고 했을 때 그것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로 인식 전환이 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100개 경증질환에 대해 상급병원이 진료를 할 경우 종별가산을 없앤다면 그것으로 자칫 대형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진료의뢰서에 기한을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은 진료의뢰가 되어 대형병원으로 가면 계속 다음 외래를 잡고 진료를 받게 된다”며 “대형병원으로 의뢰됐다가 다시 의원급으로 회송될 경우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병원계 “환자들 교육 쉽지 않아…대대적 홍보 필요”
병원계도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대한병원협회는 대한의사협회와 지난해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협의 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단기입원실을 두고 이견을 보인 바 있다. 여기에다 의협의 경우는 문재인케어 전면 수정을 요구하면서 정부와의 논의도 거부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병협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인상 병원협회 총무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질환 진료를 강화하고 경증질환을 적게 보도록 하는 방향성에 공감한다”며 “그러나 병원들에 맡겨서 알아서 하라는 방식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경증질환자라고 하더라도 응급실과 종별가산 등의 문턱을 넘어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강제로 저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유 위원장은 “병원 입장에서 ‘경증 질환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써붙이기도 어려운 일”이라며 “결국 정부에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에 대해 홍보하듯 홍보에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의뢰 및 회송정책이 상급병원과 개원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밝혔다.
유 위원장은 “종합병원의 경우 대형병원과 의병원 사이에서 허리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이번 대책에서는 의원 쪽의 역할이 부각돼 있는 것 같다”며 “상급병원에서 회송된 환자가 바로 의원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보다 치료가 필요하다면 종합병원을 거쳐 병원이나 의원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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