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바지선 등을 이용하는 새로운 제재 회피 기법을 통해 지난 4개월 간 100여 차례 석탄을 수출했다는 유엔 보고서 내용이 공개됐다.
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5일(현지시간) 발표한 '대북 제재 중간보고서'에서 최근 북한산 석탄이 다른 나라로 유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대거 공개했다"며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만 보고서에서 140여쪽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이 의심되는 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일본 방위성] |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패널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선박 백양산 호와 가림천 호, 보평 호 등이 남중국해에서 석탄을 부선, 즉 바지선으로 옮겨 싣는 장면과 이후 이들 바지선들이 이 해역에서 멀지 않은 강커우 구의 한 항구에서 석탄을 하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들은 정식 절차를 거쳐 입항이 불가능하다"며 "때문에 인근 해역에서 바지선을 이용해 석탄을 옮긴 뒤 이 바지선을 이용해 직접 운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선박이 항만 기항을 피하기 위해 바지선 등을 이용하는 상황인 만큼 각 항만 당국은 해당 선박들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원산지 증명서와 적하목록, 선하증권 등 서류를 검토하고, 불법 품목을 운송하는 선박들은 압류와 검사, 몰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성사진에 등장한 백양산 호 등 북한 선박 4척을 제재 목록에 추가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당시 사안과 관련해 중국 당국은 "지목된 바지선들이 적법한 수입 문서를 갖고 있었고, 적재 품목이 북한산 석탄이 아니었다"며 북한 석탄의 불법 유입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는 것이 전문가패널의 전언이다.
전문가패널은 "하지만 1개 유엔 회원국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1월부터 4월 사이 적어도 127차례에 걸쳐 93만톤에 달하는 석탄을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전문가패널은 그러면서 "공해상에서 유류 제품을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에도 새로운 기법이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 선박 새별 호가 공해상에서 다른 중소형 선박으로부터 유류 제품을 옮겨 싣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에 적재함이 비어있는 제3의 선박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선박은 소형 선박이 주로 이용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켜고 있었고, 자신들을 '어선'이라고 속였다"고 전했다.
또 "새별 호와 유류를 주고 받은 선박이 AIS를 끈 상태로 추적을 피하는 동안 제 3의 선박이 어선으로 위장해 의심을 피하고, 또 새별 호에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 4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에서 북한산 석탄을 옮겨 실은 이후 지금까지 공해상을 전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탄'호 사례를 언급하며 "동탄 호의 운영회사가 소속된 베트남 정부는 이 선박이 지난 6월 6일 붕타우 항 인근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패널은 "베트남 세관 당국이 현재 이 선박을 차단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의심 사진 [사진=일본 외무성] |
한편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 "해외 깃발을 단 선박들이 북한 남포항에 직접 정제유를 공급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베트남 국적의 비엣틴 1호는 지난 2월 26일 남포에서 발견됐는데, 이전 출항지인 싱가포르에서 출항할 땐 한국 울산을 목적지로 신고했지만 AIS를 끈 채 운항하다가 결국 남포로 향했다는 것이 전문가패널의 설명이다.
전문가패널은 또 보고서에서 "이란과 시리아, 르완다 등이 북한과 군사협력을 하는 국가"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경우 제재 대상인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와 생필무역회사가 이란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3명의 대리인이 북한 외교관 자격으로 남아있다.
시리아의 경우에는 무기 중개인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북한 무기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리아 정부는 전문가패널의 문의에 기본적인 내용만 답했을 뿐 실질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