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달 9일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서울대 측에 사고 책임을 인정하고 학내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등 188개 단체는 17일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번 다시 청소 노동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처우와 노동환경을 보장하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서울대 총학생회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등 188개 단체는 17일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9.09.17. hakjun@newspim.com |
이들은 “고인의 죽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노동환경이 가져온 참사”라며 “에어컨 바람 하나에조차 불평등이 스며들어 있는 사회 현실을 비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학교는 ‘사인은 개인 지병’이라는 무책임함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고령 노동자를 이토록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장기간 근무하도록 한 것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휴게 공간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처우와 작업환경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9일 서울대 제2공학관 건물에서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 A(67)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휴게실은 계단 아래 청소용품을 보관하는 창고 옆 공간을 합판과 샌드위치 판넬로 막아 만든 가건물로 창문이나 에어컨도 없었다.
더구나 휴게실 면적은 3.52㎡(1.06평)으로 교도소 독방 기준 6.28㎡(1.9평)보다도 작고,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수형자 1인당 최소 수용 면적 2.58㎡(2.58평)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서울대 청소노동자였던 최분조 민주노총 서울대시설분회 분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10년 넘도록 열심히 (노동자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학교는 단 한 번도 우리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며 “확실히 개선될 때까지 끝까지 확인하고 감독해서 더 이상은 이런 처지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그렇게 더운 날 비인간적 환경에 노동자를 방치한 것은 사용자인 학교 당국 책임임에도 책임을 회피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 한다”며 “사소하지 않은 죽음을 결코 외면할 수 없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내를 행진하며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학교가 사과하라”,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모든 노동자들에게 차별없이 인간적 대우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후 학생들이 A씨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만든 추모 공간에서 1분간 묵념했다.
앞서 이들은 △휴게실 전면적 개선과 실질적인 대책 약속 △학교 당국의 책임 인정과 사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했다. 이 서명에는 서울대 학부생과 대학원생 7845명을 포함, 교수·강사, 노동자, 일반시민 등 총 1만4677명이 참여했다. 서명운동 결과는 총장실에 전달됐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