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비아 모델이 부당하다’는 발언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날 담화를 통해 “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 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했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봤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을 언급하며 “조미실무협상 우리 측 수석대표로서 나는 시대적으로 낡아빠진 틀에 매달려 모든 것을 대하던 거추장스러운 말썽꾼이 미 행정부 내에서 사라졌다”면서 “이제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그러면서 “우유부단하고 사고가 경직됐던 전 미 행정부들이 지금 집권하고 있다면 의심할 바 없이 조선반도(한반도)에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조성됐을 것”이라며 “이것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돼 있는지 그 내용을 나로서는 다 알 수 없다”면서도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가능 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김 대사는 아울러 “발언 내용의 깊이를 떠나서 낡은 방법으로는 분명히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대안으로 해보려는 정치적 결단은 이전 미국 집권자들은 생각조치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 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그는 “나는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한다”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자의 이 같은 반응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유의 정치 감각’, ‘기질의 발현’이라는 표현을 곁들인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존 볼턴 백악관안보보좌관(왼쪽)의 맞은 편을 공석을 놓아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간 북한은 ‘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식 비핵화 방법론에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해왔다. 사실상 정권 전복 기도나 다름없다는 판단에서다.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소강국면을 이어오던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최근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달 들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담화를 통해 각각 ‘대화 재개 용의’를 밝혔고, 과 미국담당 국장 담화에서는 ‘체제안전보장’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를 기점으로 북미 대화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 매파’ 볼턴 보좌관을 경질하며, 리비아 모델 언급이 잘못이었다고 공개 비판하고, 또 지난 18일(현지시간) 리비아 모델이 북미 간 대화 국면에 큰 차질을 초래했다고 밝히며 일련의 분석에 힘이 실렸다.
아울러 향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전보다 유연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북측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으로 협상에 임할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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