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프락치’를 이용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가보안법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사찰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국정원 사찰 의혹 진상 규명 및 국정원 개혁을 촉구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국가정보원 프락치 공작사건 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에 대한 자체 진상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제보자의 진술을 듣고 △민간인 사찰 △국가보안법 사건 조작과 증거날조 △성매매 및 유흥비 지출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대책위원회가 자체 진상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9.24. iamkym@newspim.com |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RO(지하혁명조직)’ 조직원들을 검거하겠다는 명분으로 지난 2014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제보자 A씨를 시민사회단체에 가입시켜 사람들을 만나게 한 후 모든 대화를 녹음해 제공하도록 했다.
이 기간 A씨가 사찰한 대상자는 총 50여명에 달한다. 국정원은 A씨에게 대가로 한 달 200만원을 지급하고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면 50~8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국정원은 국가예산으로 유흥비를 지출하고 성매매까지 자행했으며 A씨에게는 신변보호와 평생직장을 알선해준다고 약속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씨는 국정원이 현재 암 투병중인 선배마저 사찰하도록 지시하고, 사찰 대상자였던 선배가 대출까지 받아 자신을 도와주려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사찰 대상자들에게 사죄를 먼저 하고 싶다. 국가권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했다”며 “죄가 없는 사람의 죄를 만드는 일을 5년 가까이 하면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매일 무섭고 힘들었다”고 입을 뗐다.
그는 “그만두고 싶다는 말도 많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협박과 회유를 했고, 경제적 예속관계로 제 가치판단을 무디게 만들었다”며 “당장 10만원이 없어 예전처럼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무서워 그들이 준 녹음기를 들고 동료, 선후배를 만나러 갔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 정권이 들어섰지만 국정원은 ‘우리는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버틴 조직’이라며 전혀 변함이 없었다”며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감넷과 대책위는 향후 국정원 관련자들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 특가법상 국고손실 죄 혐의로 고발하고, 국회에 진상규명과 수사권 폐지(이관) 등 국정원법 전면 개정 촉구 활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사실상 실패했다”며 "정부와 국회가 손 놓고 있는 국정원 개혁의 동력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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