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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시설 복구 장기화 전망 속 국제유가 향방 불확실성↑

기사등록 : 2019-09-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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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 석유시설 두 곳에서 일어난 피격 사건으로 고공행진이 예상됐던 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 향방은 사우디가 얼마나 빨리 감산된 원유 생산량을 원상 회복할 수 있을 지에 달렸다. 사우디 정부와 전문가·트레이더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2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55센트(1%) 상승한 58.64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49센트(0.8%) 상승한 64.77달러에 마쳤다.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의 '진짜' 배후로 지목된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높아지고 사우디 원유 생산량 회복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유가는 상승했다. 제조업 지표 부진 등으로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돼 상승폭을 제한했다. 

이는 당초 전문가들이 예측한 유가 보다는 못한 수준이다. 사건이 있고 다음날 S&P 글로벌 플랫츠는 현재 배럴당 55~65달러의 가격선에서 70달러를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피격 사건으로 사우디 일일 생산량은 570만배럴, 무려 반토막이 나 전 세계 일일 공급량의 약 5~6%가 증발했기에 공급 차질 우려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서다. 일각에서는 시설 복구 기간이 장기화할 시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도 했다. 

국제 유가는 사우디 일일 생산량 회복 움직임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갈등에 주목한다. 역내 무력충돌 가능성 등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부각되거나 사우디 정부가 원유 생산량 회복 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발표를 한다면 유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에 최대 9개월"…사우디 정부 발표와 상충 

현재 시장 점검 차원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서로 다른 정부의 발표와 전문가들 의견이다. 

피격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차질을 빚은 물량의 50%(일일 생산량의 25%)가 회복됐고 최대 10주 내로 생산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손실된 생산량의 일부를 회복했으며 9월 말까지 원래대로 복구될 것"이라며 "이번 공격의 영향으로 해외 고객사들의 주문이 단 한 건도 누락되거나 취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파괴된 시설을 복구할 장비를 공수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유전에 위치한 아람코의 석유탱크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이는 정부가 기업공개(IPO)를 앞둔 아람코의 투자 유치를 유지하기 위해 발휘한 임기응변으로 보고 있는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과 파괴된 시설을 실사한 전문가들을 인용, 시설 파괴 규모로 보아 정상운영까지는 최대 9개월 가량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일부 공급업체들을 통해 맞춤형 부품과 장비를 제조, 운송, 설치하는 데만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다며 사우디 정부와 아람코 고위급 인사들은 현재 패닉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람코 측은 장비 제조업체 및 서비스 업체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빠른 복구를 위해 부품을 부르는 대로 값을 쳐주겠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람코 경영자들은 베이커휴즈 등 제휴업체들에 전화와 팩스, 이메일 폭탄을 퍼부으며 긴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영국 런던 소재 시장 연구 업체 에너지 애스펙트의 리처드 말린슨 애널리스트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는 확실히 적어도 11월에 들어서기까지 (공급) 방해와 제한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주장했다. 

◆ 英·佛·獨도 사건 배후로 지목한 이란

오는 27일까지 유엔 총회가 한창인 유엔 뉴욕 본부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이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 후 공동 성명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란이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사건의 배후가 명백하다'는 결론을 지었다고 밝혔다. 

영·프·독은 미국이 지난해 5월 탈퇴한 2015 이란 핵합의 서명국이기도 하다. 만약 이란이 석유시설 피격의 배후가 맞다면 국제 유가 행방은 점차 깨지고 있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구제 혹은 새로운 핵합의 도출 여부에 주목될 수 밖에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회담하고 다음날인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 이란-미국 간 갈등 중재에 적극 나선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쉽게 좁혀지진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번 석유시설 피격에 대한 대응으로 대(對)이란 추가 제재를 부과할 예정이고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방공을 위해 추가 병력을 파병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이란은 미국이 제재를 전면 철회하고 현 핵합의에 복귀해야 대화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제 74회 유엔 총회가 진행 중인 유엔 뉴욕 본부 전경. 2019.09.23. [사진=로이터 뉴스핌]

존슨 총리는 이날 3자 회담에서 새로운 이란 핵합의 도출을 제안했다. 이란이 핵 군축을 하는 대가로 미국의 제재를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총리의 아이디어를 환영했다. 그러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현 합의 준서가 먼저"라며 이란 정부가 새로운 핵합의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대로라면 중동 갈등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심지어 이란이 또 다시 사우디를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후티 반군의 지도자들이 최근 외국 외교관들에게 이란이 석유시설 피격과 비슷한 형태의 후속 미사일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사우디와 미국 정부가 이런 정보를 수집했으며 사우디는 이와 관련한 대비 태세를 보강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특히 석유시설은 물론 수도 리야드의 공항 등 공공시설에 대한 공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병력 증파 지시는 사우디의 요청에 따른 것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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