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재단상을 수여할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모디 총리의 수상 소식에 최소 3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반감을 나타낸 것은 물론, 10만명의 시민들이 반대 청원에 서명했다. 또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던 유명인사들은 불참을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열린 ‘하우디(Howdy •'안녕하세요'의 텍사스 사투리) 모디! 함께하는 꿈, 밝은 미래’ 행사에 참석했다. 2019.09.22. [사진=로이터 뉴스핌] |
빌 게이츠 재단 시상식이 열리기도 전 이같은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인도의 한 상원의원의 트윗 때문이다. 지난 2일 지텐다르 싱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가 공공화장실 공급 정책인 '스와츠 바라뜨'(클린 인디아)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아 이번 빌 게이츠 재단의 '글로벌 게이트키퍼상'(Global Gatekeeper Award) 수상자로 지목됐다고 알렸다.
모디 총리는 지난 2014년 집권 1기를 시작하던 당시 인도 사회에서 골칫거리였던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공언했다. 인도에서는 화장실 보급률이 낮아 야외에서 배변을 하는 경우가 잦고,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이 용변을 해결하려 밤에 나갔다가 범죄 타깃이 되는 경우도 많다.
여당인 인도국민당(BJP)과 정부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클린 인디아 캠페인 덕분에 화장실 이용 인구가 전체 중 40%에서 90%로 대폭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의 선전과 달리 여러 문제가 목격되고 있다. BBC는 인도 내 화장실 수가 늘었으나, 이 중 다수가 관리 미흡 등으로 작동되지 않거나 실제로 이용되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는 일부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노상배변을 더 편하고 건강한 행위로 여기는 탓이다.
또 정부는 저소득층 가구에 화장실 건설 보조금을 지불했는데, 1년 넘게 분할 납부되다보니 공사가 지연되거나 완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정부 지원 내역에 하수구 설치 비용이 빠져있는 것 역시 문제다.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지원해온 비영리 단체의 시라즈 히라니는 지하수면이 높은 해안 지역에서 상수도와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모디 총리의 수상을 반대하는 또 다른 측면에선 그의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지적된다. 모디 총리는 2002년 일어난 구자라트 학살 배후로 지목돼 미국 입국이 한동안 금지된 적 있다.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주 총리로 재임하던 당시 구자라트주에서 출발한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 58명이 사망했다. 그러자 당시 방화범으로 무슬림이 지목됐고 이에 구자라트주 전역에는 무슬림을 겨냥한 대량 학살이 이뤄졌다.
올해 재집권에 성공한 모디 총리의 민족주의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모디 총리는 안보 위험을 명목으로 인도령 카슈미를 봉쇄하고 특별 자치지위를 박탈했다. 지역 주민들은 인도 내 유일하게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한 카슈미르에 대한 해당 조치가 무슬림에 대한 압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운동가들과 야권 정치인들이 체포되거나 가택연금에 처해져 과도한 정부 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빌 게이츠 재단은 수상자가 시상식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비난이 거세지자 모디 총리가 수상자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재단은 "클린인디아 정책이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는 다른 국가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며 모디 총리가 선정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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