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이 중국에 대한 금융 투자를 전면 차단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에 월가가 크게 긴장하는 표정이다.
양국의 관세 전면전이 금융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투자자들은 예상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몰려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관세 충격에 가라앉는 실물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이 투자 차단을 강행할 경우 치명타를 입게 될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자들이 중국에 대한 금융 투자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있다는 소식이 내달 10일 고위급 무역 담판을 앞두고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를 꺾어 놓았다.
이미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을 퇴출시키는 한편 신규 상장을 금지하고, 연기금을 포함한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를 전면 봉쇄한다는 것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백악관 내부 논의의 골자다.
앞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무역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흡사한 금융 제재를 중국에 동원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1년 이상 지속된 관세 전면전에 이어 실제로 중국과 미국의 자금줄을 단절시키는 카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월가는 단순히 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거대한 파장을 경고하고 있다.
가뜩이나 폭탄 관세로 인해 제조업과 수출, 민간 소비로 경기 한파가 확산되는 상황에 전세계 1~2위 경제국의 금융 연결고리가 끊어질 경우 벼랑 끝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도, 소위 ‘핵옵션’을 동원해 보복에 나설 여지가 높고, 이 경우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에 패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완다의 에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투자 보고서에서 “실제로 미국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가 차단될 경우 IT를 중심으로 주요 산업에 재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BOS의 제니퍼 엘리슨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자금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은 매우 위험한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실제 자금줄 차단이 간단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업공개(IPO) 컨설팅 업체인 이슈어 네트워크의 패트릭 헤일리 최고경영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상장 폐지를 위해서는 거래소가 합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의 퇴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는 백악관의 금융 전쟁 선전포고가 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박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번 상황은 양국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여전하고, 언제든 담판이 좌초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셈이라고 전했다.
또 새롭게 등장한 소식에 내달 10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고위급 무역 협상이 난기류를 만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중국 기업의 주가 급락이 두드러졌다. 알리바바가 5% 이상 떨어졌고, 바이두도 4% 가량 동반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차이나 테크놀로지 ETF가 1% 이상 내렸고, 아이셰어 차이나 라지캡 ETF 역시 1% 선에서 떨어졌다.
아이셰어 MSCI 차이나 ETF와 크레인셰어 CSI 차이나 인터넷 펀드 역시 각각 2% 내외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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