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 시기로 여겼던 9월이 지나가면서 실무협상 시점은 10월로 미뤄졌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이 '미국의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달 말까지 실무 협상 개최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공개적 성명을 봤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일어나도록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 팀은 그들과 만날 준비를 해왔다. 1년 잔 번에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목표들을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대화에 관여할 기회들이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실무협상 준비를 마친 반면,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아 실무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북한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섰는데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거듭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로이터 뉴스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
◆ 北, 트럼프 대통령 용단 요청…체제 보장·제재 완화 핵심
트럼프 "행동 고려하지 않는다", 기존 입장 유지
북한은 최근 연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 내지 미국에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도 미국의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했다.
이어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에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 등을 요구했고, 지난 27일에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선 핵포기를 주장하고 있어 협상 전망이 어둡다"고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했다.
리기호 주유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의 글로벌 평화포럼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미국은 말로만 관계 개선을 떠들면서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어떤 입장에서 행동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일단 미국의 기존 협상 방안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우며 용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이번 북미 협상 재개에 기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일단 북미 실무협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역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전에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은 적어 북미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의 '북한 비핵화 이전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행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행동 이전에 제재 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
◆ 북미 실무협상 10월 하순 가능성 높다
강경화 "실무협상 수주로 예상", 김정은 이번 주 방중
북미 실무협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하순 경에는 열릴 가능성이 높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수 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주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전망도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북중 친선강화와 북미협상 관련 정세인식 공유 등을 위해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통상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나 중대 결심을 앞두고 중국을 찾아 입장을 조율해왔다. 김 위원장이 먼저 방중을 통해 북중 간 입장을 조율한 이후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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