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최저 1%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이 '완판'됐다. 당초 20조원 한도로 판매를 계획했으나, 이를 훌쩍 뛰어넘어 적어도 5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신청이 밀려들었다.
이에 따라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신 보다 낮은 금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보유해야 하는 은행들은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진 상황. 반면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新) 예대율 규제 대비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부터 접수받기 시작한 안심전환대출을 29일 자정에 마감했다. 지난 26일 오후 4시까지 집계된 신청액은 50조4419억원. 마감일에 가까워질수록 신청액수가 늘었고, 이틀 이상 추가 접수를 받았기 때문에 신청액은 적어도 6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금융당국이 계획한 20조원보다 3배 많은 규모다.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이 실행되면 기존 변동형 주담대를 보유하던 시중은행들의 영향은 불가피하다. 일단 대출 자산 구성이 바뀌면서 수익성이 감소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전담상담창구가 열려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전담상담창구는 오늘부터 27일 금요일까지 접수할 수 있다. 2019.09.16 alwaysame@newspim.com |
기존 변동형이나 준고정형(일정 기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주담대가 안심전환대출로 전환되면 은행들은 감소한 주담대만큼 MBS를 의무 매입해야 한다. 기존보다 금리가 낮은 MBS로 자산 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이자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20조원에서 은행이 주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83%가 대환된다고 가정하면 2500억원 규모의 순이자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나 MBS 금리보다 1%p 이상 높다"며 "이에 따라 은행별로 자산증가율을 1~2%p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담대 잔액 비중만큼 안심대출을 취급한다고 보면, 시중은행은 평균 1.8bp, 지방은행은 평균 1.3bp 순이자마진(NIM) 하락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이어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규제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예대율 개선에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부터 가계대출 가중치를 올리는 신 예대율 규제 적용을 앞두고 있어 가계 대출이 감소하면 예대율 개선효과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예대율은 은행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대출금이 예수금의 100%를 넘으면 영업에 제한을 받는다. 내년부터는 신 예대율이 적용돼 가계 대출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 대출 가중치는 15% 내린다. 은행 입장에선 가계 대출을 줄이고,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한다.
은행권에선 주담대 취급 비중이 가장 높은 KB국민은행이 이 같은 안심전환대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안심전환대출 당시 은행별 취급 비중은 기존 주담대 점유율 구성비와 유사했다. 당시 KB국민은행의 주담대 비중은 24.4%였는데, 전체 안심전환대출 중 27.0%를 취급했다. 지난 8월말 기준 주담대 잔액에서 KB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4.5%로 이번 안심전환대출에서도 비슷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예대율 적용시 KB국민은행의 영향이 가장 큰 만큼 안심전환대출 전환으로 인한 예대율 개선효과도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새 규제를 적용할 경우 KB국민은행의 예대율은 97.7%에서 103.2%로 올라간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이 100~101% 수준인 것과 비교해서 높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올해 2조원 규모의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지만, 예수금 인정 한도에 가까워지고 있어 예대율을 낮추기 위한 다른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전체 예수금의 1%까지 커버드본드로 조달한 자금을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2조6000억원까지만 예수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 비중이 낮은 지방은행보다는 대중은행 중에서도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KB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안심전환대출 대환으로 예대율이 평균 1.5%p 하락하는 효과를 고려하면 정기예금 조달 압력은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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