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우리나라는 여전히 '게임 강국' 일까요. 한 때 ‘1등’이란 자부심을 가졌으나 최근 의문을 품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중국이 무시 못 할 상대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국내 게임산업은 다양한 규제에 신음하고 있고 빨라진 트렌드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외국산 게임에 안방을 내주게 된 한국게임 산업의 실태를 진단해봅니다.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중국 모바일 게임이 우리나라 게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매해 약진하던 중국은 급기야 국내 게임사를 밀어내고 매출 순위 상위권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3일 모바일 게임 순위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 '릴리게임스'가 제작·배급한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종합 모바일 게임 순위 1위에 올랐다. 2위 역시 중국 게임사 '4399 네트워크'가 개발한 '기적의 검'이 차지했다.
매출 순위 또한 상위권으로 확인됐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국내 구글 플레이 매출 2위·애플 앱스토어 매출 3위에 올랐다. 이 게임보다 높은 순위의 국내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유일하다.
[이미지 = 모바일 게임 순위 사이트 '게볼루션' 캡처] |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앱마켓 전체 매출에서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6년 18%에서 2018년 22%로 증가했다. 수면 아래서 상위권 탈환을 노리는 중국 게임이 많다는 이야기다.
중국 게임사의 국내 잠식 경고등은 이미 수년 전에 켜졌다. 중국은 2010년대 초부터 해외 게임사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사에도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의 인터넷·게임 업체 텐센트는 2010년 이후 미국의 대표게임사 '에픽게임즈'의 지분을 매입하고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더니, 국내 게임사 넷마블 지분의 17.57%를 보유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텐센트를 포함한 중국의 게임 업체들은 선(先) 투자, 후(後) 모방으로 점차 실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텐센트는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고 그 회사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왕자영요'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베껴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사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된 중국 게임 '왕이되는자'가 국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다"며 "중국 게임이 진짜 경계 대상이 됐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게임사와의 협업은 이제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최근 카카오게임즈는 텐센트와 '코나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Konami Digital Entertainment)'에서 공동 개발한 모바일 신작 '콘트라: 리턴즈'를 정식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게임을 배급하기 위해 공모를 받아보면 대다수가 중국에서 만들어 온 게임"이라며 "아쉽지만 중국에서 만든 게임이 완성도가 더 높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분발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