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달 말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착한' 분양가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전세로 눌러앉을 공산이 크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관련 대책으로 서울 전세시장은 더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지난달 30일 기준 0.06% 올라 12주 연속 상승했다.
이번달 말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시세 대비 저렴한 값에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가 대거 전세로 눌러 앉을 공산이 크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분양가상한제로 낮은 분양가에 공급되는 단지들을 분양받기 위해 전세로 돌아서는 수요자들이 발생할 것"이라며 "실제 (무주택자들이) 분양에 당첨된다고 하더라도 입주까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수요가 줄어 전셋값이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또 관리처분인가 단지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정을 서두르면 이주 수요가 급증해 전셋값 상승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일반분양을 하려면 착공을 신고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 중 아직 착공 전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는 54개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아직 이주 전인 관리처분인가 단지들이 내년 4월 말 전 입주자모집공고를 승인받기 위해 일정을 서두르면 이주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주자들이 대거 전세 계약을 체결해 전셋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보유한 주택을 이용해 전셋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새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갭 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대출이 막히게 되면 (기존 보유한 주택을 이용해) 전셋값을 올려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강남3구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신축 단지들은 최근 전셋값이 강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7㎡(7층)는 지난달 30일과 8월 19일(15층) 각각 14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현재 최고 14억50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와 있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1~4월 12억~12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는 지난 8월 29일 14억5000만원(24층)에 신고돼 올해 전세 거래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예고되면서 공급물량 위축으로 신축 품귀현상이 우려되자 새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며 "특히 일대에 재건축을 추진 중인 낡은 아파트가 많아 새 아파트는 전세 거래가 가능한 매물이 적다"고 전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