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하 여부가 월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만 실상 지구촌 채권시장을 흔드는 축은 연준이 아니라 일본은행(BOJ)라는 주장이 나왔다.
BOJ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일본의 장기물 국채 발행이 일격을 맞았고, 이에 따른 파장이 미국과 영국까지 국채 수익률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자들은 10월31일로 예정된 BOJ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시장의 전망과 실제 회의 결과가 주요국 채권시장의 ‘태풍의 눈’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발행에 입찰 수요가 3.42배에 그쳤다. 이는 2016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수요 부진에 10년물 국채는 시장 예상치인 102.64달러에 미달하는 102.33달러에 매각됐고, 국채 선물이 가파르게 하락하며 충격을 반영했다.
최근 이변은 BOJ가 장기물 채권 매입을 축소하는 한편 단기물 매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 결과다.
바클레이즈가 집계하는 일본 국채 지수가 지난달 1.1% 하락, 월간 기준으로 4월 이후 처음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10년물을 중심으로 장기물의 국채 수익률 상승이 두드러진다.
국내외 경기 한파 속에 BOJ 정책자들이 이달 말 통화정책 회의에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금리인하와 자산 매입 재편 등 두 가지로 압축된다.
투자자들은 이 가운데 후자의 시나리오가 가시화될 가능성에 점차 힘을 싣고 있다. 이달 말 통화정책 회의 때까지 일본 경제가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지 않을 경우 현행 마이너스 0.1%인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방안보다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변경하거나 저금리의 장기화를 시사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은행권에 부담을 가할 수 있는 데다 장단기 국채 수익률 차이를 의미하는 일드커브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장금리를 끌어내리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상이 적중할 경우 BOJ가 채권시장에 수 년래 가장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TD증권의 프리야 미스라 글로벌 채권 전략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일본 국채시장이 태풍의 눈”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국채 수익률을 당분간 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BOJ가 일드커브의 이른바 스티프닝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본 국채 수익률이 들썩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정책자들은 장기물 국채 수익률을 단기물보다 상당폭 끌어올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트레이더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모간 스탠리 MUFG의 스기사키 고이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앙은행과 싸우지 말라는 금융시장 격언과 달리 BOJ의 정책 기조에 맞서는 베팅이 트레이더들 사이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집계하는 미국 제조업 지수가 10년래 최저치로 후퇴한 가운데 오는 29~30일 연준의 결정에도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월가는 8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가 나올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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