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국내 헤지펀드 업계 1위 라임자산운용이 설정액 6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회사측은 단기 유동성 문제일 뿐 원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설립 이후 승승장구하던 라인자산의 펀드환매 중단사태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반응은 다양하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은 라임자산의 성장 배경과 이번 사태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 펀드 환매 중단에 대한 금융당국 등의 입장을 정리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수 김형락 기자 = # 40대 회사원 A씨는 2017년 초 한 사모펀드에 가입했다. 입사 직후 주식,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재테크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봤던 그는 지인으로부터 절대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여유자금을 끌어모았다. 최소 가입기준 1억원이 물론 부담스러웠지만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대비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결과는 성공적.
자신감을 얻은 그는 만기가 도래하자마자 투자금을 회수하고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했다. 처음 투자했던 2년전보다 사모펀드 전용 운용사들이 부쩍 늘면서 상품 라인업도 다양해졌다. 그 중에 높은 운용수익으로 언론에 자주 언급되던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가 눈길을 끌었고 적당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가입과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회사는 해당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을 통보했다. 이들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지만 제때 돈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상품 환매 중단을 공식화한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선 손실을 확정짓더라도 환매를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적지 않다. 하지만 취재 결과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결정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결정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8월부터 진행한 ‘편법거래 의혹’과 관련해 현장검사를 마지고 사실관계 확인 및 법규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인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반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에서 불거진 일부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 측에 환매중단과 같은 의사결정이 이뤄질 경우 당국에 알려달라고 요청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번 환매 중단 결정에 대해 현재까지 법적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공모펀드에서도 투자자 간 형평성 문제나 시장 어려움이 발생할 때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환매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며 “사모펀드도 약관에 따라 이를 시행할 수 있으며 라임자산운용도 환매중단 약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당장 자금 회수가 필요한 투자자들도 당분간 환매는 물리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환매중단 결정이 통보된 이후에는 환매가 불가능한 만큼 운용사의 환매 스케줄에 따라 환매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상품이 추종하는 모펀드의 기초자산은 발행회사와 인수계약을 직접 체결해 편입한 사모 금융상품이거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구성돼 있다”며 “당장 돈이 묶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운용사가 파산하지 않는한 기초자산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CB BW 시장가격은 발행회사 주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코스닥시장이 급등하지 않으면 만기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임자산운용은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자산들이 최대한 신속히 회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임자산운용 측은 “모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펀드들의 추가적인 환매를 중지하고, 편입 자산 회수 후 고객이 가입된 펀드에 배분하는 것이 현 시점의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며 “합리적인 가격 범위 내에서 자산이 신속하게 회수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향후 진행 상황에 대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