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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특목고 입시제도 놓고 공방...입학시험 폐지 vs 존치" - FT

기사등록 : 2019-10-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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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 뉴욕시에서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입학시험(SHSAT) 존폐 여부를 둘러싼 열띤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및 학부모들은 특목고 내 인종별 비율을 근거로, 불공정한 SHSAT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과 학부모들은 특목고 입학시험 폐지는 역차별이며,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목고 입학시험 존폐 논란이 뉴욕시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시 특수목적고등학교 중 한 곳인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지난해 4월 총기규제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18.04.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특목고 입학시험이 인종 불균형 초래"

미국 뉴욕시에는 총 9개의 특목고가 있으며, 이 중 8개의 학교가 SHSAT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SHSAT는 영어와 수학 두 과목으로 구성된 시험으로 뉴욕에 거주하는 8~9학년 학생이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해 매년 3만 명의 학생들이 입학시험을 치르지만, 오직 상위 5000명의 학생만이 합격증을 손에 쥘 수 있다. 

문제는 별도의 입학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결과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비율은 낮아지고,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의 합격률이 대거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2019~2020학년도 통계를 보면, 특목고 신입생 중 히스패닉과 흑인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특목고 중 한 곳인 스타이브슨트 고등학교의 신입생 895명 가운데 흑인 학생은 단 7명으로 추산됐다. 반면 아시아계 학생은 뉴욕시 특목고 전체 신입생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인이 아시아계의 뒤를 이었다. 

이로 인해 특목고에서 인종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과 함께 모든 인종의 학생이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목고 선발 방식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또 뉴욕시 특목고는 공립학교로 무상교육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특목고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고액 과외 등 사교육으로 무장한 부유층의 자녀들이 SHSAT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서, 저소득층 가정의 우수한 학생들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흑인 학생 레넉스 토마스는 FT에 "시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무상교육을 얻을 기회를 도둑 맞았다"면서 "단순히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는 "돈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최상의 사교육을 시킬 여유가 있다. 그리고 그 자식들은 수년간 준비해온 특목고 입학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목고 입학시험 결과가 이제는 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과 비례하게 됐다는 것이다. 

1993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비비안 산체스는 자신의 딸이 중학교에서 최상위권 학생이었지만 특목고 입학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시험은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을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 아니라 우리를 배제시키기 위해 고안된 시험이다"라고 호소했다. 

빌 드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입학시험 폐지가 능사는 아냐"...하향평준화 우려도

특목고 입학시험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해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결국 칼을 빼들고 나섰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SHSAT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과 시험 대비를 위한 과외 및 학원의 존재를 모르는 학생들에게 불공정하다"고 꼬집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인종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SHSAT를 폐지하고, 학교 성적과 뉴욕주 표준시험 성적을 합산한 상위 7%의 학생에게 특목고 입학을 허가한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즉, 소위 말하는 내신 성적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드블라지오 시장의 SHSAT 폐지 방안은 많은 히스패닉과 흑인의 지지를 얻었다. 지난 4월 퀴니피악대학교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75% 이상의 히스패닉과 흑인이 입학제도 변경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SHSAT 폐지 법안이 시행될 경우, 뉴욕시 특목고에 입학하는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의 비율은 기존의 10%에서 4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백인 부유층과 아시아계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백인 부유층은 입학시험 폐지가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시험 존속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험의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뉴욕의 부유층들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무료로 SHSAT 과외를 받을 수 있도록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면 특목고 내 인종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시아계 학생과 학부모들은 SHSAT 폐지가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특목고에 합격하는 모든 아시아계 학생들이 부유층 자제가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시험이 폐지될 경우 저소득층 아시아계 학생들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드블라지오 시장은 지난달 SHSAT 폐지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인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다시 시작할 것이며,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뉴욕 시민들은 여전히 절충안을 찾지 못한 채 팽팽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뉴욕시립대학교의 한 학생은 시험 성적이 단순히 개인의 능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만약 그렇다면 백인이나 아시아인이 선천적으로 지능이 높다는 것인가. 이는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노력을 하지 않거나 똑똑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결국 우생학의 논리와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사진=블룸버그통신]

saewkim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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