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미국이 최근 결렬된 북·미 실무협상에서 핵시설 등의 해제를 조건으로 부분적 제재완화를 제시했다는 일본 매체 보도와 관련해,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부분적 제재 완화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 것은 올바른 협상의 시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4일 스웨덴 외무성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 세번째). 2019.10.04.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인도하고, 북한의 핵시설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 관련 시설을 완전히 해체하기로 약속한다면 부분적인 제재 완화를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여기서 부분적인 제재 완화란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과 섬유수출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를 일시적으로 유예하고, 대북 인도적 경제 지원과 종전선언 등에 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스웨덴 실무협상에서) 부분적 제재 완화라는 협상안을 내놨다는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 미국은 그 때까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이제 북한이 선택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협상 결렬에 대해선 "협상이란 상대방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적게 주려는 것이 그 특성이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면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반대제안 혹은 수정제안을 내놓으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협상의 시작점으로 알고, 수정 협상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 북한과의 합의를 원한다는 것을 아는 북한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기다리려 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제안은 북한이 실질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문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미국이 부분적 제재 완화 협상안을 제시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얼마나 원하는 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 역시 "이 같은 북한에 대한 유화조치는 북한이 좀 더 버티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제안이 장기적 실무협상의 과정에서 첫 제안이라면 미·북 간 작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반면 요미우리신문 보도 내용이 현실성이 낮다는 취지의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도 있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나는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아인혼 전 보좌관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보다 실질적인 제안을 했지만, 북한은 스웨덴 실무협상에 나서기 전부터 미국 측이 '빈손으로' 협상에 임했다는 것에 대응할 준비를 이미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협상의 교착 상태를 미국의 탓으로 돌리고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오랜 전술"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