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지난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3층, 100명 가까운 취재진들이 몰렸다. 최근 불거진 펀드 환매연기 사태에 대한 라임자산운용의 공식 입장과 대책을 듣기 위해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듯 고요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와 이종필 부사장(CIO)이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투자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뜻을 밝히고, 환매 연기한 모펀드들의 설명과 향후 상환 계획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간담회는 한 시간 넘게 진행됐다.
14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기자간담회 [사진=뉴스핌] |
원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해 "사모채권·메자닌·무역금융 등 3개 펀드유형에 환매가 연기됐으며 1차 연기 결정된 사모채권과 메자닌 펀드 규모는 총 6030억원(55개), 추가 연기된 무역금융펀드의 금액은 2436억원 등으로 총 8466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폐쇄형 펀드도 환매 연기 가능성이 커 총 환매 연기 금액은 최대 1조3363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환 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모채권펀드(플루토D-1호)와 메자닌펀드(테티스2호)는 내년 연말까지 70%정도 자금 회수가 가능하며,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는 가장 장기간 묶일 것 같다고 전했다. 최장 4년 8개월 후에나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 백명 투자자의 불안을 떨칠 뚜렷한 해법은 없었다. 일각에선 '누구를 위한 간담회였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공식입장 발표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추가적인 악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회사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연기 원인에 대해서도 이미 보도된 유동성 악화 등 원인 설명이 주를 이뤘다. 한 개인 투자자는 "현재 라임운용이 투자한 코스닥 기업 대부분의 주가가 악화됐고, 언제 개선될지 불투명한 상황인데 어떻게 자금을 회수한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결국 내년 이후 몇 년 간 기다려달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부터 메자닌(CB·BW) 유동성 우려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메자닌은 유동화가 쉽지 않고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라임자산운용은 별다른 대안을 강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날 무역금융펀드의 환매 연기가 추가로 드러났다. 전체 환매연기 펀드의 규모는 6000억원에서 8500억원 정도로 늘어났다. 환매연기 기간 역시 최장 5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혀, 고액의 자산을 맡긴 투자자들은 별다른 대책없이 회사 발표만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투자자 피해는 법적 대응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56조에 따르면 집합투자재산의 처분이 불가능해 사실상 환매에 응할 수 없는 경우 환매를 연기할 수 있어, 절차에 따라 환매 연기가 이뤄졌다. 공모펀드와 달리 수익자 총회의 찬반 표결 과정도 의무사항이 아니다.
라임자산운용은 주기적으로 상황을 전하겠다고 '소통'을 강조했다. 다만 회사 인원규모 등을 감안할 때 항상 연락이 닿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앞으로도 라임의 일방적인 입장 발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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