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남·북축구 예선전이 결국 응원단 및 관람객이 1명도 없는 가운데 치뤄졌다.
결과는 무승부였는데, 이를 두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당국이 꼼수를 부린다", "정말 무승부가 맞는 거냐"며 비난 및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 주민들은 이번 경기를 '홍산골(골짜기로 유인하는 전술) 경기'로 지목하면서 당국의 꼼수에 야유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29년만의 평양 원정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5일 진행된 월드컵 예선 북남축구가 무승부로 끝났다는 방송 보도에 반신반의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솔직히 남자축구는 남조선이 훨씬 발전됐기 때문에 당연히 남조선이 이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특히 주민들은 월드컵 예선이 치러진 김일성경기장에 관람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경기 진행에 이상한 점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소식통은 또 "역사적인 북남축구가 평양에서 진행되는데 당국이 응원단과 관람자를 조직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이상하지 않느냐"며 "(남한 선수들을) 일부러 고립된 분위기로 몰아넣기 위한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아울러 "주민들은 무승부로 끝난 남북축구 예선을 삭막한 골짜기에서 진행된 '홍산골 경기'에 비유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1930년대 김일성부대가 왜놈들을 홍산골로 유인해 소탕했다는 '홍산골 전투'와 이번 월드컵 예선경기의 상황이 뭐가 다르냐며 당국의 야비한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관중 경기를 치른 한국과 북한 선수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지금까지 평양에서 진행되는 국제경기는 국가체육성 간부들과 4.25체육단, 압록강체육단 등 국가대표단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관람하거나 일반주민들이 평양시 거리 매표소에서 경기장 입장권을 구매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소식통은 이어 "남조선 선수들이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과 월드컵 축구 예선전을 진행한다면 남조선 문화와 체육에 큰 관심을 보이는 평양 시민들이 경기장에 밀려들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중이나 응원단을 한 명도 경기장에 입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당국이 얼마나 평양시민들의 남조선에 대한 동경심을 경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열린 평양 김일성경기장. [사진= 요하임 벡스트롬 트위터] |
같은 날 평양시의 또 다른 소식통은 "평양 젊은이들은 김일성경기장에서 북남선수들의 카타르 월드컵 예선경기가 치열한 공방전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는 방송 보도에 안도감을 내비쳤다"고 귀띔했다.
이 소식통은 "만약 남조선 선수들이 이겼을 경우 우리 선수들이 어떤 수모와 책임 추궁을 당할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아울러 "스웨덴에서 조·미실무협상(북·미실무협상)이 결렬되고 북·남관계도 악화되고 있어 우리나라 정세는 예민하고 매우 긴장돼있다"며 "이런 와중에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적대국인 남조선과의 월드컵 예선경기까지 패배한다면 선수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