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앞두고 중국 자산가들의 투자 포트폴리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21스지징지바오(21世紀經濟報)는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줄이고, 위험회피 자산으로 여겨지는 순금 등 귀금속 투자를 확대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 중국도 실질 마이너스 금리 단계
중국 인민은행은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하 행보를 적극적으로 추종하지는 않고 있다.미국, 호주, 싱가포르, 인도, 한국 등 전 세계 여러 나라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과 대출우대금리 제도 개선을 통한 우회적 경로로 유동성을 늘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기준금리 수준은 1.5% 이상이다. 중국에서는 1년 물 대출 금리와 예금금리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데, 현재 1년 만기 예금 기준금리는 1.5%, 각종 예금상품을 종합한 평균 금리는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학자들은 높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중국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롄핑(連平) 자오퉁(交通)은행 수석경제학자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3% 넘게 올랐다. 중국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샤오빈(何曉斌) 화신(華鑫)증권 수석경제학자도 "중국 CPI 산출 지표에서 주거 요인의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미국의 42%와 비교하면 매우 낮다. 만약 주거 비중을 더욱 확대하면 실질 마이너스 금리 수준은 지금 수치로 확인되는 것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실질 마이너스 금리 상태에서 중국 국민의 리스크 방어 능력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의 자산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국 중산층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 위험회피 성향 짙어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자산가들의 자산 손실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중산층의 포트폴리오 수정 움직임도 포착됐다. 21스지징지바오에 따르면, 자산가들의 투자 적극성이 크게 꺾였고, 유동자산과 부동산 투자 의향이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
자오퉁은행이 2개월마다 발표하는 중국재부경기지수(中國財富指數)에서 이러한 추세를 반영했다. 17일 발표된 제55차 중국재부경지지수는 지난번 회차보다 2%포인트 낮아진 133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래 최저 수치다. 이 지수는 2018년 5월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지수와 함께 발표되는 국민소득증가지수, 투자의향지수, 재산소득 등도 모두 감소했다. 이들 지수 하락은 주식시장과 펀드시장 침체의 영향이 크다고 자우퉁은행은 설명했다.
탕젠웨이(唐建偉) 자우퉁은행 금융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9.8%로 지난달보다는 0.3%포인트 올랐지만, 연속 5개월째 기준점 50을 밑돌면서 제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음이 나타났다. 9월 1일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대미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15% 추과 관세 조치가 정식 발효됐다. 중미 관계가 여전히 경색돼있어 수출입 분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 작용해 투자의향지수 등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의향 감소와 함께 선호 투자 대상도 바뀌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완화 움직임 속에서 주식과 펀드 시장 침체,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중산층의 유동자산 부동산자산에 대한 투자 의향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대신 순금 등 귀금속 상품에 대한 투자 의향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트폴리오 전략이 적극적인 수익 추구에서 위험회피를 위한 안전 지향성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투자 상품을 보면, 중국 중산층의 주류 투자 상품은 여전히 은행이 재테크 상품, 주식 그리고 머니마켓펀드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재테크 상품이란 금융 재테크 상품을 가리킨다. 일종의 은행자산관리(WMP) 상품으로, 정기 예금보다 금리가 훨씬 높은 것이 특징이다. 통상 4~5% 수익을 내걸고 투자자를 모집한다.
◆ 외자에게 중국 증시는 매력적, 외자 A주 투자 증가추세
외국 투자자들의 대중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최근 몇 개월 채권통(債券通),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등을 통해 '바이 차이나'에 나서는 외국 자본이 크게 늘었다.
량빙(梁冰) 자오퉁은행 재테크공사 부대표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로 볼 때 중국 주식 시장은 여전히 투자 메리트가 있다. 지난 몇 개월 외자의 대중 투자 확대 추세가 이를 증명했고,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편입 확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러셀지수 편입, S&P 다우존스지수(S&P DJI) 글로벌 벤치마트 지수 편입 등으로 중국 자본시장에 유입하는 외국 자본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8월 14일에는 국채 금리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3%대가 무너졌다.
다만 중국 재테크 상품의 절대 수익률은 예전만큼 높지 않다. 2018년 1년 만기 은행 재테크 상품의 수익률은 4.5~5% 사이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4% 이상의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량빙 부대표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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