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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日총리관저, 담당부처 만류에도 對韓 수출규제 주도"

기사등록 : 2019-10-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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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총리관저가 담당부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 결정을 주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히신문은 18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수출규제 강화조치에 대해 담당부처인 경제산업성은 신중론을 보였지만 정권 간부들이 이를 짓눌렀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단 계산이 더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후에도 보안 유지

지난 6월 20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집무실에 후루야 가즈유키(古谷一之) 관방 부장관보,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당시 아시아대양주 국장, 시마다 다카시(嶋田隆) 경제산업성 사무차관이 모였다. 

이들은 협의 끝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대항조치의 성격이었다. 

일본 정부는 판결 이후 줄곧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에는 일본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는 대응을 취해달라고 반복해서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의 답변은 없었다. 

일본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한국 측에 일본의 태도를 전할 방법은 무엇일까. 당시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를 위한 방안 검증이 진행됐다. 6월 20일의 결정은 이런 검증 끝에 내려진 것이었다. 하지만 해당 결정은 공표되지 않고 당분간 비밀로 유지하기로 정해졌다. 

이유는 8일 뒤에 있을 오사카(大阪)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였다. 아베 총리는 의장으로서 G20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호소하는 정상선언을 만들어야 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사전에 발표할 경우 자유무역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발표를 계속해서 미룰 수도 없었다. 7월엔 참의원(상원) 선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을 아베 정부도 의식하고 있었다. 

이에 7월 1일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표했다. 참의원 선거 공시를 3일 앞둔 시점이었다. G20에 대한 비판을 피하면서도 선거 전에 한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보인 타이밍이었다. 

◆ 총리 관저, 담당부처 신중론에도…"싸움은 첫판이 중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강화조치에 나선 배경엔 그동안 쌓아온 일본의 불만이 있다. 한 외무성 간부는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1미리도 양보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당시 외무상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거듭 회담을 가지면서 일본기업에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대응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 장관도 청와대의 의향을 무시할 순 없었다. 일본 정부는 청와대를 상대로도 교섭을 시도했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은 "내용있는 대화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대로는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일본 정부 내에 높아졌다. 당시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2018년 11월엔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근거한 '화해·치유재단' 해산 방침을 발표했다. 12월에는 한국 해군함정과 해상자위대 초계기 간의 레이더 문제가 불거졌다.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불만이 폭발됐다. 지난 1월 30일 당 본부에서 열린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의 합동회의에선 주한대사를 소환하는 등의 엄격한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가운데 한 참석 의원이 "화이트국 지정을 그만두는 걸 검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였다. 

일본 정부에선 한국에 대한 대항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관부처인 경제산업성에서는 "주먹을 휘두른 뒤에 어떻게 거둘 것인가. 거둔 뒤의 영향은 크다"라며 신중론을 보였다. 

이런 신중론을 짓누른 건 아베 정권의 핵심간부들이었다. 지난 5월 한 관료는 수면 하에서 검토 중이던 다른 대항안을 가리키며 "이런 걸 해도 한국은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다"며 일축했다. 이어 "싸움은 처음에 어떻게 때릴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수출규제강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 관저 측에서는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가 정권에 플러스로 작용한다는 계산도 있었다. 아베 총리 주변에선 "한일관계가 지지율을 올릴 거다. 한일 쌍방의 여론이 과열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한국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8월 중순엔 정의용 국가안전실장이 야치 쇼타로(谷内正太郎) 당시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회담을 갖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 한국 정부는 일본에 '1+1+a'라고 불리는 해결안을 수면 하에 제시했다.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에 더해, 한국 정부도 자금을 지원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한다는 안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해당 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본 기업이 사실상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양보가 없는 가운데 한국은 8월 22일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통고했다. 경제 면에서도 갈등은 심화됐다. 9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8% 감소했으며,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한 음료품은 같은 기간 40% 줄었다. 

한 일본정부 고위관계자는 "한일 관계는 수습 불가능한 곳까지 와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오는 2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덴노(天皇·일왕) 즉위 의식 참가를 위해 방일한다"며 "아베 총리와의 회담도 예정돼 있지만 한일 관계를 되돌리는 건 쉽지 않아보인다"고 전했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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