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은 24일 북미 정상 간의 '친분'을 강조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비핵화협상의 데드라인, 예컨대 '연말시한'까지 미국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이날 담화를 통해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담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과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정보들이 있다"는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서울=로이터 뉴스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
김 고문은 "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조미수뇌(북미정상)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또다시 언급했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봤다"고 했다.
그는 또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김 위원장의 최근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며칠 전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를 만나 조미관계 문제를 비롯해 대외사업에서 제기되는 현안들을 보고했다"며 "(김 위원장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해 말했다"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그러면서 "나는 이러한 친분관계에 기초해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김 고문은 그러면서도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대북) 정책 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리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고문의 이날 담화는 북미 정상 간 좋은 분위기를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가져나올 것을 재차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연말시한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겠지만 (셈법을 바꾸라고) 미국에게 얘기한 것을 잘 생각해보라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랫만에 북한을 언급했으니 거기에 대한 호응 측면"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대화 무드'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근거 지난 5일 '노딜(No Deal·성과 없음)'로 끝난 북미실무협상이 이른 시기에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전문가들 "北, 실무협상 보다 정상회담 개최 원해…김계관 담화가 방증"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미실무협상 보다는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 쪽을 더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김 고문이 '지혜롭다'고 표현한 것은 실무협상을 하려면 전향적인 안을 가져오라는 것"이라며 "아니면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두 가지 의미"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트럼프 입장에서도 지지부진한 상황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대선(미국 대통령선거)에 불리하다"며 "이전 북미정상회담도 실무협상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연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이 계속 요구해왔던 것이고 실무협상은 정상회담을 가기 위한 합의문 타결이 목적"이라며 "북한은 실무협상을 자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센터장은 그러면서 "북한은 정상회담으로 바로 가기를 원한다"며 "북한은 어떻게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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