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많은 분들이 인공지능에 따른 업무 대체를 걱정합니다만, 이에 앞서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입에 따른 일자리 상실을 염려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이 25일 작심한 듯 열변을 토해냈다. 장 위원장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에서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장 위원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작년 이맘때, 2기 위원장직을 시작하면서, 2기 위원회의 핵심 업무로 민간 중심의 대정부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며 "오늘, 지난 9개월간 100여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권고안을 발표하게 됐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튤립룸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25. [사진=4차위] |
이어 장 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불확실성의 증대, 글로벌 경쟁규칙의 변화로 정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특히 일자리는 글로벌 경쟁 중"이라며 "예를 들어, KBS 같은 지상파 대신 유튜브 같은 다국적 기업의 동영상 서비스 시청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당연히 지상파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경쟁의 핵심 요소도 변화 중"이라며 "전통적 경쟁 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이었다면, '데이터', '인재', '스마트자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특히 인재는 전통적 노동자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또한 인재는 시간이 아닌 성과로 평가 받으며, 도전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장 위원장은 "정부를 포함한 특정인이나 집단이 앞에서 이끌어 가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는 도전과 현명한 시행착오를 통해 미래를 개척하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문했다.
장 위원장은 "알파고가 보여줬듯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적 영역까지 진입하는 등 경제사회의 변화가 극심하다"며 "무엇보다 경쟁의 경계가 사라지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차원에서 "사회제도적으로는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노동, 교육, 사회보장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장 위원장은 "지금의 법제는 '긱 이코노미' 혹은 '플랫폼 노동자' 등을 포용하지 못한 상태다. 또 한편으로는 실리콘밸리형 인재나 업무형태도 포용하지 못한다. 인재들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시간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고등교육 개혁도 인재 육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대학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가 되도록 대학의 자율권을 강화해야 한다. 등록금 자율화 등 대학의 재정과 의사결정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자연도태 등 자율권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 부문에 대해서는 "금융 부분은 기업의 도전과 혁신을 촉진하는 '스마트 자본'의 역할을 강화해야 하며, 변화된 환경에 맞는 유연한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모빌리티・물류 문제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파괴적 변화에 대응할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고, 상생에 기반한 모빌리티 생태계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마스시티에 대해서는 "한국은 일찍부터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했지만, 공공개발 위주로 시장 창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정부는 민간 기업과 시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의 틀을 짜야 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가시범도시도 민관합동(PPP)의 협력적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보활용을 저해하는 '망분리' 정책을 개선하고 글로벌 관점에서 암호자산의 법적지위 마련까지 포함한 블록체인 활성화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장 위원장은 "이번 권고안과 관련해 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를 고려한다면, 논란과 충돌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변화를 강요받기보다 스스로 바꿀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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