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 이춘면(88)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 할머니는 전범기업인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여 항소심까지 승소했지만 끝내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 할머니가 지난 26일 0시 20분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28일 밝혔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면(87) 할머니가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1.23. q2kim@ |
1931년 4월생인 이 할머니는 국민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으로 인해 진학을 포기했다. 그러던 중 1944년 4월 학교로부터 일본에 가면 공부를 하고 돈을 벌어서 돌아올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근로정신대로 지원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도야마현 후지코시 사업장에 동원된 후 1년간 극도로 열악한 노동환경과 억압적인 생활환경에 놓였다. 그는 선반 등 공작기계를 조작해 항공기 부품 등 군수 물자를 생산하도록 강요당했다. 주 6일에 걸쳐 하루 10시간이 넘는 격무는 물론, 기숙사 밖 외출이 금지된 채 위험도가 높은 업무에 투입되고 무급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세월이 지나 이 할머니는 지난 2015년 5월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후지코시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17년 3월 1심 재판부는 이 할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후지코시 측은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지난 1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서울중앙지법은 원심을 유지했다.
당시 항소심 선고 이후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면서 "우리를 '조센징'이라 부르면서 얼마나 무시했는지 아냐. 사람을 아주 짓밟아서 짝다리로 만들었다. 먹지도 못하고 월급도 못받고 찬 다다미방에서 잤다"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꾸짖었다.
후지코시 측이 항소심에도 불복, 사건이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둔 상태에서 이 할머니는 눈을 감게 됐다. 남은 소송은 유족들이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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