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독점 공급하던 국내 대리점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는 수법으로 단독입찰에 나선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의 갑질 횡포가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퀴아젠코리아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4000만원을 부과한다고 30일 밝혔다. 독일에 퀴아젠 본사를 두고 있는 퀴아젠코리아는 결핵진단기기 등 의료기기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다.
퀴아젠코리아는 독일 퀴아젠으로부터 결핵진단기기를 수입해 국내 대리점에게 독점공급하고 있다. 퀴아젠 결핵진단기기를 공급받은 국내 대리점은 질병관리본부·병원·연구소(Commercial Lab)에 공급해왔다.
결핵을 진단하는 방법은 피부반응검사(Tuberculin Skin Test)와 혈액검사(Interferon-gamma Release Assay)로 나뉜다. 퀴아젠코리아는 점유율 40%의 혈액검사 방식 결핵진단기기를 공급한다. 퀴아젠코리아의 2014년 기준 결핵진단기기 국내 시장점유율은 39%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퀴아젠코리아 [뉴스핌 DB] |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5년 10월경 결핵진단기기의 대규모 발주(계약금액 25억원 상당)를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퀴아젠코리아와 독점 공급을 받는 국내 대리점은 질본에 대한 결핵진단기기 공급 협의를 시작했다.
문제는 그해 11월 24일 질본이 입찰 공고를 하면서 불거졌다. 입찰 공고가 나오자, 퀴아젠코리아가 다음날 독점 대리점에게 해지통보(제품 공급 중단)를 한 것.
퀴아젠코리아와 국내 대리점의 계약만료일은 2014년 6월 제품등록일로부터 2년 6개월간이다. 양 측 간 계약기간은 1년 이상 남은 상황이었다. 이 업체는 계약해지 통보가 있더라도 3개월이 지나야 해지할 수 있는 계약서 규정에도 계약해지 통보 직후부터 제품 공급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국내 대리점은 질본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퀴아젠코리아의 단독 응찰(낙찰 2015년 12월)로 대리점이 얻을 예정이던 유통마진을 수취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위 측은 "퀴아젠코리아는 2013년 3월경 체결한 대리점과의 계약이 2015년 6월경 이미 만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계약서 작성 경위, 회사 내부메일 등 증거자료, 관련된 민사법원 결정문 등을 볼 때 계약기간 중 계약해지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송정원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장은 "'중도 계약해지'라는 부당한 방법으로 국내 대리점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라며 "공공기관의 입찰을 앞두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국내 대리점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제품 공급을 거절하는 등 대리점의 입찰기회를 잠식했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 입찰에 대리점을 배제하고 자신이 직접 응찰하면서 입찰가격을 낮추지도 않았다"며 "국내 대리점은 그간의 고객 확보 노력을 상실하고 남은 계약기간 동안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을 박탈당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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