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건 검토를 위해 대법원에서 법원행정처에 의견을 구하는 등 자료 요청을 했다는 전직 재판연구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홍모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1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좌)·박병대 전 대법관(가운데)·고영한 전 대법관(우) [사진=뉴스핌DB] |
홍 부장판사는 2013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3년간 대법원 선임·수석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특히 대법원에 계류 중인 민사·상사 사건의 연구 및 검토를 담당했다. 또 2017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행정처에 연구자료를 요청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 질문에 "등기와 호적에 관해서는 항상 행정처에 의견을 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등기나 호적에 관한 사항은 재판연구관보다 행정처 심의관들이 정통하다"며 "연구관실에서 행정처에 요청해 의견을 받아 참고했다"고 회상했다.
변호인의 '재판연구관이 현안 자료를 얻기 위해 행정처에 연구자료를 요청한 것이 특이하고 이례적인가'라는 질문에도 "요청한 경우가 꽤 있었다"며 "검토 사건에 대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해 검토하는 것이 법관의 보편된 자세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다만 행정처가 대법원에 전달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 관련 문건에 대해서는 작성자 개인 의견이 정리된 부분이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이 문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이메일로 받아 형사 사건을 담당한 유해용 당시 수석재판연구관에게 재전송했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행정처 입장을 반영한 이 문건을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해 원 전 원장의 상고심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한차례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는 홍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의 정무적 판단이 기재된 문건이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대법원에 접수된 특정 사건에 대한 행정처 보고서는 특성상 정무적 판단이 기재될 수 있어 전달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일반론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해당 문건은 300페이지에 달하는 원 전 원장의 1·2심 판결문을 요약한 내용으로 연구관에게 선입견을 준다거나 행정처의 의도가 재판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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