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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퇴직자 배민근 씨, 태국에서 '사부님' 제2의 인생

기사등록 : 2019-11-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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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스테인리스 수주공정 전문가
퇴직 후 태국으로 직행.."도전, 실패해도 얻어지는 게 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포스코에서 정년 퇴직한 배민근 씨는 태국 포스코타이녹스의 '사부님'이다.

그가 퇴직하기 1년 전 당시 포스코타이녹스 법인장이 '이곳에 와서 갖고있는 노하우를 전수해주면 어떻겠느냐'고 배민근 SV(supervisor, 고문)에게 제안했다. 그는 "나를 원하는 곳이 있고, 아직 건강한데, 못할 것이 어디 있겠냐 생각했다. 그래서 퇴직하고 한 달도 안 쉬고 태국으로 바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의 최적화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은 풍부한 조업 노하우와 경험. 1982년 포스코에 입사해 2016년 퇴직하기까지 30년 넘게 스테인리스 수주공정 분야에서 근무해온 배 SV가 태국으로 간 이유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태국의 자동차용 도금제품 수요를 충족시키고,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태국 자동차와 가전제품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1년 태국 유일 스테인리스 압연사 타이녹스를 인수해 포스코타이녹스를 출범시켰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포스코에서 정년 퇴직한 배민근 씨는 태국의 포스코타이녹스에서 '사부님' 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 = 포스코] 2019.11.07 peoplekim@newspim.com

그는 이국 땅에서 더욱 완벽히 적응하기 위해 태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출퇴근하면서 유튜브로 어학공부를 하고 집에서도 생각날 때마다 노트에 적어가며 열심히 태국어를 익혔다고 한다.

이 덕에 그는 간단하게나마 태국어를 할 수 있게 됐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서 현지 직원들과의 사이도 돈독해졌다. 쉬는 날엔 가끔 직원들의 가정집을 방문해 함께 요리를 하고 식사를 즐기며 마치 가족처럼 지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배민근 SV는 포스코타이녹스에서 수주공정 업무를 맡고 있다.

수주공정은 납기 안에 최종 제품이 출하될 수 있도록 생산과 판매 부서 사이에서 생산을 관제하고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다. 한국의 포스코와의 협력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한국에서 스테인리스 물량이 국내 생산만으로 자급이 어려울 때 해외 공장에 요청을 하면 수주를 조율하는 것 또한 그의 일이다.

그는 "한국에만 있었다면 소일거리 밖에 못 했을 테지만 여기서는 내가 무엇인가를 직접 할 수 있다. 내 경험과 능력을 은퇴 후 가만히 썩히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그들이 만족을 느끼는 것을 보면 그보다 큰 기쁨도 없다"며 뿌듯해 했다.

이런 수주공정 '만렙' 배민근 SV가 포스코타이녹스에 온 이후 실제로 장기재고가 1만톤(t) 이상 감소했고, 장기 납입 지연 건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의 깔끔한 성격 덕에 공장 작업 환경도 대폭 개선돼 포스코타이녹스가 동남아 최고 수준의 공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후배들에게 "도전을 하지 않으면 얻어지는게 하나도 없다. 도전을 하면 비록 실패를 하더라고 얻어지는게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도전을 했을 때 성공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절대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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